선거 최대 이슈는 기후변화… 녹색당, 원내3당 대약진

베를린/손진석 특파원 2021. 9. 2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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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7월 대홍수로 온난화 문제 부각
친환경 정책 내세워 118석 얻어
40세 女총리후보로 바람몰이
26일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인 로베르트 하베크(오른쪽)와 안나레나 베어보크가 기뻐하고 있다. 베어보크는 당의 총리 후보였다./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오후 6시(현지 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 시내 녹색당 당사. TV에서 총선 투표 종료와 동시에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당 관계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부둥켜안았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약진을 했다. 1980년 ‘서독 녹색당’으로 출범한 이후 한번도 70석 이상 얻지 못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118석을 얻었다. 현재 의석(67석)보다 51석을 늘렸다. 원내 3당이 된 것도 처음이다. 이전까지 늘 4~6위 정당이었다. 14.8%를 득표해 기존 최다 득표율 기록(2009년 총선 때 10.7%)도 넘어섰다.

녹색당이 도약한 가장 큰 발판은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가 기후변화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여론조사회사 ‘포르슝스그루페 발렌’이 12가지 총선 의제 중 가장 중요한 2가지를 꼽아보라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후변화가 43%로 코로나 사태(38%)를 눌렀다. 난민, 불평등, 연금 등의 이슈는 10% 안팎에 머물렀다. 이 조사에서 작년과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 사태가 줄곧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혔지만 선거 직전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며 순위가 뒤바뀌었다.

26일(현지 시각) 독일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왼쪽)·로베르트 하베크 공동 대표가 베를린 시내 콜럼비아할레에서 개최된 당 개표 참관 행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 연합뉴스

특히, 지난 7월 독일 서부에 대홍수가 발생해 18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선거를 목전에 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전문가들이 당시 홍수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는 지적을 잇따라 내놨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며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주창하고 있다.

녹색당은 세대 교체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두 당 공동대표 중 51세 남성인 로베르트 하베크의 양보로 40세 여성인 아날레나 베어보크가 당의 총리 후보가 되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4월에 베어보크가 총리 후보로 발탁되자 녹색당은 한때 지지율 1위 정당이 되기도 했다. 이후 베어보크가 재산 신고를 불성실하게 하고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 지지율이 다소 가라앉았지만, 이 같은 논란이 없었다면 이번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 연합 가운데 어느 쪽이 집권하든 녹색당은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베어보크는 환경부 장관 또는 다른 핵심 부처 장관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언론들은 차기 독일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예전보다 훨씬 강도 높게 추진할 예정이며, 다른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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