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비전 없는 대선[광화문]

김익태 정치부장 2021. 9. 2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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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통령 선거를 5개월 남짓 앞둔 시점 정치권이 점입가경이다. '게이트' 공방에 빠져들었고, 각종 의혹 제기와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고발 사주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늪에 빠져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지 않은 선거가 전무했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유례 없는 난타전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앞선다.

정부와 여당은 집권 기간 중 벌어진 각종 정책적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이 없다. 지난 4월 뼈 아픈 패배를 당한 뒤 허둥지둥 면피성 반성을 쏟아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했다. 경선판을 보면 확연하다. '원팀'을 외치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아수라판 네거티브 싸움을 하고 있다. 지지층의 눈치만 살피며 제대로 된 반성의 메시지를 내는 후보 하나 없는 이상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집권 세력의 실정에 대한 반사 이익을 얻어 기세가 조금 올랐을 뿐이다. 자력으로 지지를 얻은 게 아니다. 본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현 정권의 정책적 실패를 바로 잡으라고 지지를 부여 받은 거다. 후보들은 정권을 교체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뿐, 정권을 바꾸면 뭐가 나아질지 국민들을 체감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고 말할 능력을 가진 인물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 것 아닌가.

4차 산업 혁명의 거대한 물결, 미증유의 미래다. 현실은 어떤가. 정부 대책을 비웃으며 치솟기만 하는 집값, 옥죄는 전세대출, 극한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애타는 절규, 말라붙은 민간 일자리, 처참한 출산율, 절망하는 MZ 세대. 매일 매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속 서민들은 말 그대로 숨이 막힐 뿐이다. 이렇게 거대 양당과 후보들이 열혈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짜고 있는 거친 대선판. 자기들끼리 좁은 운동장에서 치고 받고 싸우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무슨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위너 테이크 올'(Winner take all). 모 아니면 도다. 승자 독식을 두고 5년 마다 벌어지는 혈전. 설상가상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지면 모든 것을 빼앗기니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다. '누가 이길 것 같냐'는 물음만 넘쳐나는 상황에 언감생심 정책 중심의 캠페인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생결단 덤벼드는 싸움판에 합리적 토론이 설 자리가 없다. 협치도 될 리가 없다. 우리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이 승자 독식의 권력 독점 구조에 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얘기하는 후보는 없다. 이런 것을 논의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시대의 요청과 거꾸로 가는 경선판. 이재명, 윤석열 여야 두 유력 주자에 대한 의혹에만 쏠리는 관심. 정책공약이나 미래비전은 뒷전이다. 본선이라고 달라질까.

여야 간, 나아가 한 정당 속에서도 온갖 의혹이 뒤섞이며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번에도 국가의 운명을 검찰의 손에 맡겨야 하는 서글픈 상황이 벌어졌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경찰까지 가세했다.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자연스레 뒤따른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이 나서 전모를 밝히기 전까지 의혹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두 후보 모두 어떤 변명을 해도 국민들의 혹독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은 특검, 국정조사, 검찰 수사를 두고 진영의 이해득실 따져가며 허투루 시간을 흘려 보내선 안 된다. 수사 기관 역시 '정치 외풍' 타지 말고 정도로 가야 한다. 의혹 뒤에 숨어 있는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밝혀야 한다. 대선 전 국민들은 그 진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5년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대통령을 제대로 뽑을 수 있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점철된 대선, 자극적일 수 있으나 그럴수록 미래비전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그렇잖아도 팍팍한 서민들의 삶은 더욱 더 절망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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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정치부장 epp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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