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접 챙기겠다"던 文 서해 공무원 죽음 1년째 외면, 나라가 있는가
작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돼 시신이 불태워진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그간 북에 책임을 묻거나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정보를 숨기기 급급했다. 유족들은 제사상도 차리지 못한 채 추모만 했다. 이씨 죽음을 아직 모르는 아홉 살 딸은 해외 나간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라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고3인 아들은 월북자 가족이란 낙인이 찍혀 육군사관학교 진학도 포기했다. 이씨 형은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씨 아들은 작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편지를 썼다. 군은 이씨가 북한군에게 발견된 것을 사살 6시간 전에 알았고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하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잠을 자고 있었다. 김정은과 친분을 그리 자랑하던 대통령과 정부가 모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씨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유족들이 청와대를 찾아가고 대변인에게 문자를 보내도 응답 한번 없었다. 피살 전후 상황에 대한 유족의 정보 공개 요청도 거부했다. 해경은 이씨를 월북자로 단정하듯 발표해 국가인권위에서 경고를 받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수사는 1년째 아무 진전이 없다. 이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답이 없다. 대통령의 약속도 오간 데 없다. 오죽했으면 유족들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씨 피살 1주기인 22일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남·북·미·중이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가 평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외교장관은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했다. 김여정이 “종전 선언은 좋은 발상”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자 정부는 곧바로 환영했다. 청와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 억울한 죽음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로지 남북 쇼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유족은 “대통령 가족이 당해도 이러겠나”고 묻는다. ‘우리에게 나라는 어디에 있느냐’는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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