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30대 남성 절반이 미혼
1990년대 초 조선일보에 입사했을 때 사내에 ‘조총련’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삼십줄에 접어들어도 장가 못 가고 있는 기자들을 가리켜 동료들끼리 ‘조선일보 노총각 연맹 회원’이라고 놀렸다. 그때 ‘조총련’에서 제일 나이 많아 회장으로 불리던 노총각 나이가 서른여덟이었다.

▶30년 전만 해도 남성들 역시 30대에 결혼 안 하고 있으면 귀에 딱지 앉도록 ‘노총각’ 소리를 듣었다. 30대 미혼 남성이 열 중 하나도 안 되던 시절이었다. 1990년 당시 남자 초혼 연령은 평균 27.8세, 여성은 24.8세였다. 30년 만에 결혼 풍속도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2020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30대 남성 미혼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50.8%)를 넘었다. 30대 여성은 셋 중 하나(33.6%)꼴로 미혼이다. 30대 미혼 비율이 이리 높은 건 ‘만혼’ 추세가 굳어지면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30.8세다. 남자의 초혼 연령은 2003년에 처음 30세를 넘겼고, 2016년에는 여성도 서른을 넘겼다.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한방언니’라는 예명의 유튜버가 ‘배우자 선택시 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6가지 순위’란 동영상을 띄워 높은 조회수를 올렸다. 직업, 연봉, 키, 학력, 집 장만 가능 여부, 시댁 경제력과 시부모의 노후 준비를 꼽았다. 신체적 조건인 키 말고는 무조건 ‘남자의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세태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 사기가 너무 힘들어지다 보니 결혼 상대 소개시켜 달라며 찾아오는 여성의 80%가 집 가진 남자인지부터 묻는다”고 했다.
▶결혼이 ‘필수’ 아닌 ‘선택’이 되면서 비혼(非婚)도 거스르기 힘든 추세이다. 여성은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 안 하는 비중이 높다. 30세 이상 미혼 여성들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은 학력 집단은 대학원 졸업 여성이다. 남성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평균 결혼 연령을 훌쩍 넘긴 30대 후반(35~39세) 남성 가운데 열 중 넷이 미혼이다. 혼자 사는 게 좋아 결혼 안 한 남성도 있지만, 가정을 꾸리는게 버거워 결혼을 포기한 남성도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월급은 쥐꼬리인데 날로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 초조함에 이곳저곳 투자하느라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2030세대의 빚, 혼자 벌어선 아이 키우기 힘든 양육 부담, 이런 악조건들이 점점 더 30대를 ‘결혼 안 하는 고독 세대’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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