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44] 판다의 기사회생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2021. 9. 2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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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秦)나라 재상 여불위(呂不韋)가 편찬한 ‘여씨춘추(呂氏春秋)’ 별류편(別類篇)에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허풍을 떤 공손작(公孫綽)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반신불수(半身不隨)를 고칠 수 있는 약이 있는데 그걸 두 배로 쓰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그의 궤변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기사회생(起死回生)이다.

지난 7월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첫 생일을 맞은 아기판다 '푸바오'가 어미판다 '아이바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푸바오는 국내 최초 자연번식으로 태어 났다./뉴시스

최근 중국 정부는 판다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1980년대만 해도 판다는 가죽을 벗겨 팔거나 새끼를 잡아 세계 각국 동물원으로 밀매하는 바람에 야생에 1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30년에 걸친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야생 판다의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멸종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한 셈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판다를 멸종위기종에서 취약종(vulnerable species)으로 격상했다.

그러나 개체수가 두 배로 늘었다는 것만으로 멸종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선언하는 것은 섣부르다. 2019년 중국 정부는 쓰촨성(四川省)에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면적의 세 배나 되는 판다 국립공원을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30여 산악 지역에 흩어져 있던 판다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짝짓기할 수 있어 야생 개체군의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마어마한 노력도 판다에게 원래 서식지의 겨우 1%를 되돌려줄 뿐이다.

생태적 위협 요소도 만만치 않다. 서식처 복원 노력 덕택에 판다와 더불어 야생 소 타킨(takin)과 멧돼지 개체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판다가 짝짓기를 하기 위해 나무에 뿌려 놓은 분비물을 타킨이 자꾸 문질러버리고, 임신 혹은 수유 중인 암컷 판다가 좋아하는 죽순을 멧돼지가 먹어 치운다. 무엇보다 판다 식단의 99%를 차지하는 대나무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할지가 관건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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