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곽상도 아들의 아빠 찬스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 아들 곽병채(31)씨는 지난 26일 화천대유 50억원 퇴직금 수령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아버지께서 ‘김○○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아빠 찬스’로 들어간 회사에서 6년 일하고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곽 의원은 그간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에게 “대통령 아들이 아빠 찬스를 누리고 산다”고 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 장학금 논란 때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대다수 서민의 신뢰를 배반한 행위”라고 했었다.
곽 의원은 아들 퇴직금 논란에 대해 “회사가 천문학적 돈을 벌어서 직원한테 돈을 준 건데 어쩌겠나”라고 했다. 곽씨도 “일 열심히 하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부자(父子)는 50억원 퇴직금에 대해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제 직업은 이런 실적으로 실력을 평가받아”(문준용) “가족이 마련해준 프로그램에 열심히 활동했을 뿐”(조민) 발언과 겹친다.
곽씨 퇴직금 실수령액 28억원으론 어지간한 강남 아파트를 사고도 몇 억이 남는다. 부동산 폭등에 ‘벼락 거지’가 된 청년들은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현직 국회의원 아들이 그러고도 ‘오징어 게임의 말[馬]’ 운운 해명을 하자 분노하고 있다. 최후 생존자 1명이 우승 상금 456억원을 받으려면 나머지 참가자 455명이 죽어야 하는 것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룰이다. 청년들 사이에선 ‘곽씨가 우승자냐’ ‘우리는 열심히 안 살아서 아파트 한 채도 못 사느냐’ 같은 말이 나온다.
37세 군대 동기는 얼마 전 2006년식 중고 오토바이를 40만원에 샀다. 배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시인이자 박사 학위를 받은 문학평론가이지만 대학 강의가 줄어들어 부업에 나섰다. 30여 건 배달 대가는 20만원. 12시간 180㎞를 쉬지 않고 운전해야 한다. 그는 “매일 이러다간 골병 들겠다”며 “하루 6시간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배달 부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수만 명. 오토바이 사고는 5년 전보다 40% 늘었다. 사망자·부상자 수는 지난해 역대 최고치였다.
곽씨가 퇴직금 50억원의 대가로 열거한 기침·이명·어지럼증을 해명의 진정성을 연출하기 위한 엄살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곽씨의 건강 사정이 매일 배달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과속과 신호 위반을 하는 배달 기사들의 위험보다 중해 보이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을 언급할 자격은 곽씨가 아니라 코로나로 극단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 거리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배달 기사들에게 있다.
추신.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곽씨 논란에 끼어들지 말고 본인 자녀의 입시 비리와 특혜 휴가 논란에 대해 반성하며 자숙했으면 한다. 문준용씨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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