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6] 백악관에 걸린 루스벨트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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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마주 앉은 한미 정상 뒤로 영국 화가 프랭크 솔즈베리(Frank O. Salisbury·1874~1962)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대통령 책상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벽난로 위 그 자리에는 닉슨부터 트럼프까지 대통령 아홉을 거치는 동안 줄곧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무려 반세기간 한자리를 지키던 초대 대통령을 내리고 루스벨트를 올리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1933년 취임 이래 1945년 죽는 날까지 대통령이던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을 이뤘다. 그는 대공황의 수렁에서 고통받던 미국을 뉴딜 정책으로 되살리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건 트루먼이었지만, 진주만 공습 직후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원폭 개발을 서두르며 세계대전에 뛰어든 건 루스벨트였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 대통령이 된 바이든은 ‘건국의 아버지’ 대신 ‘위기 탈출의 아버지’를 바라보기로 한 것.
솔즈베리는 1935년 바로 이 오벌 오피스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온갖 사람들이 세상 모든 문제를 들고서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가운데, 루스벨트가 잠시 머리를 들어 생각에 빠진 순간의 우아하고도 의연한 모습을 포착해냈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그 모친마저도 이 초상에 흡족한 나머지 복사본을 주문했다니 초상화가로서 이만한 성공이 없다. 혹자는 미국 대통령 초상을 영국 화가가 그렸다며 비판했지만, 루스벨트는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대답했다. 솔즈베리는 이미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의 초상을 그린 전력이 있었다. 예술 앞에서는 어지간히 편견이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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