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보다 중요한 것[동아광장/이성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2021. 9. 28. 03:02
韓혁신지수 세계 5위지만 연구 성과는 부족
노벨상 핵심연구 20, 30대 시작 많지만
대학원생 육성, 양적 성과-지도교수에 좌우
혁신 연구 가능한 대학원 시스템 논의해야
노벨상 핵심연구 20, 30대 시작 많지만
대학원생 육성, 양적 성과-지도교수에 좌우
혁신 연구 가능한 대학원 시스템 논의해야
이달 23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 132개국 중 스위스, 스웨덴, 미국, 영국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표한 과학기술혁신역량지수(COSTII)에서도 우리나라는 35개 평가 대상국 중 8위를 차지했다. 평가 기준과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여러 글로벌 조사에서 꽤 혁신적인 국가에 속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글로벌 혁신지수는 81가지 항목으로 평가되는데 연구 성과의 양과 질을 나타내는 일부 항목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보인다. 예를 들어 GDP당 SCI급 논문 수는 29위,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H-index는 17위 수준이다. 특히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10월 초가 되면 왜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지 반복적으로 토론한다. 그러나 노벨상에 대한 논의 전에 우리가 과연 경쟁력 있는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2016년 연구년으로 영국 서식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SPRU)를 방문했을 때였다. SPRU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 최고기관 중 하나로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를 다수 발표해 왔다. 이에 SPRU에서 대학원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보았는데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었다. 대학원 교육의 목표가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있어 보였다. 논문 미팅을 마친 학생들은 종종 지도교수가 연구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곤 했다.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도를 하되 본인이 답을 찾도록 기회를 준다. 그러니 학생들은 자기 연구 분야를 파고들어 전문가가 돼 간다. 늘 지도교수를 설득해야 하므로 연구를 설명하는 능력 또한 우수해진다.
또 SPRU 내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은 독립적인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학위과정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될 때, 지도교수를 공동 저자로 포함할지 여부는 학생들이 결정하곤 했다. 연구실에서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 성과물로 학위를 받거나 교수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분석을 진행해 학위를 받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에 박사학위를 시작하는 순간 책임감 있는 연구자의 자세를 갖추게 된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양적 성과보다 질적 성과가 강조되는 문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대학에서 SCI급 저널의 논문 게재를 박사과정 졸업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논문 게재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빨리 연구를 마치고 저널에 제출해야 한다. 어쩌면 최고의 연구 성과가 아니라 ‘저널에 실릴 수준’의 연구 성과가 박사과정 학생들의 목표가 될 수 있다. 반면 SPRU에서는 논문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하며 박사학위만으로도 교수에 임용될 수 있다.
물론 학문의 특성에 따라 연구원 양성 방법에는 차이가 있고 SPRU 방식이 정답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SPRU 시스템은 적어도 대학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 대학원 시스템이 학생들을 개인적인 연구자로 인정하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자생력을 키워주는지, 진정성을 갖고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를 키워주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간 노벨상 수상자 중 20, 30대에 핵심연구를 시작한 수상자가 65%에 달한다. 연구에 대한 기초체력과 자세는 결국 박사과정부터 시작된다. SPRU에서 신규 임용된 교수는 교육 관련 학위(Postgraduate Certificate)를 취득해 고등교육아카데미 회원(FHEA)이 된다. 이 과정 동안 대학은 교수 업무를 줄여주고 멘토와 비용을 지원한다. 교수가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리더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 대학원생 육성은 지도교수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연구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지도교수의 몫이다. 미래 대학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대학원 교육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노벨상 시즌을 맞이해 혁신적인 연구 성과가 가능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기본으로 돌아가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글로벌 혁신지수는 81가지 항목으로 평가되는데 연구 성과의 양과 질을 나타내는 일부 항목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보인다. 예를 들어 GDP당 SCI급 논문 수는 29위,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H-index는 17위 수준이다. 특히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10월 초가 되면 왜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지 반복적으로 토론한다. 그러나 노벨상에 대한 논의 전에 우리가 과연 경쟁력 있는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2016년 연구년으로 영국 서식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SPRU)를 방문했을 때였다. SPRU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 최고기관 중 하나로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를 다수 발표해 왔다. 이에 SPRU에서 대학원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관심 있게 보았는데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었다. 대학원 교육의 목표가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있어 보였다. 논문 미팅을 마친 학생들은 종종 지도교수가 연구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곤 했다.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지도를 하되 본인이 답을 찾도록 기회를 준다. 그러니 학생들은 자기 연구 분야를 파고들어 전문가가 돼 간다. 늘 지도교수를 설득해야 하므로 연구를 설명하는 능력 또한 우수해진다.
또 SPRU 내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은 독립적인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학위과정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될 때, 지도교수를 공동 저자로 포함할지 여부는 학생들이 결정하곤 했다. 연구실에서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 성과물로 학위를 받거나 교수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분석을 진행해 학위를 받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에 박사학위를 시작하는 순간 책임감 있는 연구자의 자세를 갖추게 된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양적 성과보다 질적 성과가 강조되는 문화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대학에서 SCI급 저널의 논문 게재를 박사과정 졸업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논문 게재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빨리 연구를 마치고 저널에 제출해야 한다. 어쩌면 최고의 연구 성과가 아니라 ‘저널에 실릴 수준’의 연구 성과가 박사과정 학생들의 목표가 될 수 있다. 반면 SPRU에서는 논문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학위 수여 여부를 결정하며 박사학위만으로도 교수에 임용될 수 있다.
물론 학문의 특성에 따라 연구원 양성 방법에는 차이가 있고 SPRU 방식이 정답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SPRU 시스템은 적어도 대학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 대학원 시스템이 학생들을 개인적인 연구자로 인정하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한 자생력을 키워주는지, 진정성을 갖고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를 키워주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간 노벨상 수상자 중 20, 30대에 핵심연구를 시작한 수상자가 65%에 달한다. 연구에 대한 기초체력과 자세는 결국 박사과정부터 시작된다. SPRU에서 신규 임용된 교수는 교육 관련 학위(Postgraduate Certificate)를 취득해 고등교육아카데미 회원(FHEA)이 된다. 이 과정 동안 대학은 교수 업무를 줄여주고 멘토와 비용을 지원한다. 교수가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리더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 대학원생 육성은 지도교수 개인에게 맡겨져 있다. 연구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지도교수의 몫이다. 미래 대학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도 대학원 교육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다.
노벨상 시즌을 맞이해 혁신적인 연구 성과가 가능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기본으로 돌아가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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