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유재동]그럼에도 쇼는 계속된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2021. 9.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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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재즈 음악의 성지를 몇 곳 꼽는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웨스트빌리지의 '빌리지 뱅가드'라는 라이브 카페다.
세월의 향기가 곳곳에 가득한 이곳에서 카페의 '간판 밴드'라 할 수 있는 '뱅가드 재즈 오케스트라(VJO)'는 매주 월요일마다 50년 넘게 2700여 회의 공연을 해 왔다.
뉴욕은 그럼에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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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각종 공연 재개한 뉴욕
"우리의 정체성마저 잃을 수는 없다"
"우리의 정체성마저 잃을 수는 없다"
뉴욕에서 재즈 음악의 성지를 몇 곳 꼽는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웨스트빌리지의 ‘빌리지 뱅가드’라는 라이브 카페다. 피자집 옆 차양 아래 빨간색 철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면 30명가량 들어갈 정도의 비좁은 객석이 나온다. 칙칙한 벽에는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거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세월의 향기가 곳곳에 가득한 이곳에서 카페의 ‘간판 밴드’라 할 수 있는 ‘뱅가드 재즈 오케스트라(VJO)’는 매주 월요일마다 50년 넘게 2700여 회의 공연을 해 왔다.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뉴욕을 덮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주 월요일 찾아간 이곳에선 마침 1년 반 만에 VJO의 첫 오프라인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찾아오는 손님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는 점이다. 30∼40년간 밴드에 몸담아 온 늙은 단원들이 하나둘씩 무대로 오르자 단골손님들의 탄성과 안부 인사가 쏟아졌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 트럼펫 연주자는 마이크를 잡고 “오랜 공백 끝에 우리가 돌아왔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 재즈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돼 온 VJO의 공연이 다시 그 역사를 이어 간 순간이었다.
19세기 미국 유명 시인의 이름을 딴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그리 넓지는 않지만 고층 건물이 빽빽한 미드타운에서는 시민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시립미술관 뒤편 푸른 잔디밭에서 야외 클래식 연주와 영화 상영 같은 문화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23일엔 이곳에 좀 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1년 6개월 만에 공연을 재개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들이 작품별로 팀을 이뤄 무료로 ‘컴백’ 축하 무대를 펼쳤다. 사회자는 관객을 향해 “여러분들, 진짜 사람들 맞죠? 이거 줌 화면 아니죠?”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화상 통화와 스트리밍 공연에 익숙해진 관객들도 이날 ‘진짜’ 배우들을 보면서 비슷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뉴욕’ 하면 세계적인 미술관과 역사적 건축물, 각국의 다양한 음식, 공원과 야경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뉴욕을 대표하는 것은 브로드웨이로 상징되는 공연 문화라는 평가가 많다. 그 중심인 타임스스퀘어의 붉은 계단에는 얼마 전 ‘브로드웨이가 돌아왔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인기 뮤지컬은 이미 빈자리가 없고 ‘땡처리’ 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로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화려한 조명이 켜진 극장 간판 앞에는 공연을 마친 배우와 관객들이 노랫소리로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도 보인다. 작년 여름 뉴욕에 온 후 처음으로 이 도시가 다시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아직 10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극장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건 성급한 시도일 수 있다. 뉴욕은 그럼에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처음엔 불과 몇 주 또는 몇 달이면 될 줄 알았던 봉쇄 조치가 끝도 없이 연장됨에 따라 이러다 자칫 도시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결과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엄격한 봉쇄로 바이러스를 막는 대신에 우리가 희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희생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 걸까, 방역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가 포기해선 안 되는 가치는 무엇일까…. ‘위드 코로나’ 문턱에서 갈등 중인 한국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주 월요일 찾아간 이곳에선 마침 1년 반 만에 VJO의 첫 오프라인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찾아오는 손님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는 점이다. 30∼40년간 밴드에 몸담아 온 늙은 단원들이 하나둘씩 무대로 오르자 단골손님들의 탄성과 안부 인사가 쏟아졌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한 트럼펫 연주자는 마이크를 잡고 “오랜 공백 끝에 우리가 돌아왔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 재즈사에서 가장 오래 지속돼 온 VJO의 공연이 다시 그 역사를 이어 간 순간이었다.
19세기 미국 유명 시인의 이름을 딴 맨해튼 브라이언트 파크. 그리 넓지는 않지만 고층 건물이 빽빽한 미드타운에서는 시민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시립미술관 뒤편 푸른 잔디밭에서 야외 클래식 연주와 영화 상영 같은 문화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23일엔 이곳에 좀 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1년 6개월 만에 공연을 재개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들이 작품별로 팀을 이뤄 무료로 ‘컴백’ 축하 무대를 펼쳤다. 사회자는 관객을 향해 “여러분들, 진짜 사람들 맞죠? 이거 줌 화면 아니죠?”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화상 통화와 스트리밍 공연에 익숙해진 관객들도 이날 ‘진짜’ 배우들을 보면서 비슷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뉴욕’ 하면 세계적인 미술관과 역사적 건축물, 각국의 다양한 음식, 공원과 야경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뉴욕을 대표하는 것은 브로드웨이로 상징되는 공연 문화라는 평가가 많다. 그 중심인 타임스스퀘어의 붉은 계단에는 얼마 전 ‘브로드웨이가 돌아왔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인기 뮤지컬은 이미 빈자리가 없고 ‘땡처리’ 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로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화려한 조명이 켜진 극장 간판 앞에는 공연을 마친 배우와 관객들이 노랫소리로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도 보인다. 작년 여름 뉴욕에 온 후 처음으로 이 도시가 다시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아직 10만 명이 넘는 나라에서 극장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건 성급한 시도일 수 있다. 뉴욕은 그럼에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처음엔 불과 몇 주 또는 몇 달이면 될 줄 알았던 봉쇄 조치가 끝도 없이 연장됨에 따라 이러다 자칫 도시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결과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엄격한 봉쇄로 바이러스를 막는 대신에 우리가 희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희생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 걸까, 방역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가 포기해선 안 되는 가치는 무엇일까…. ‘위드 코로나’ 문턱에서 갈등 중인 한국은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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