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드 코로나' 시대, 중환자 기준으로 방역 정책 개편해야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2021. 9. 28.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염력이 한층 높아진 델타변이 때문에 집단 면역을 통한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해졌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의 삶은 피할 수 없다. 10월이 되면 60세 이상 고위험군 인구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근본적인 방역 정책의 변화를 도모해야한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17일 오전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방역 정책의 핵심 변수를 확진자 수에서 중환 및 사망자 수로 바꾸어야 한다. 확진자 수는 추계하되, 발표를 멈추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도 사망자와 중환자 수에 기반해 재편해야 한다. 왜 확진자 수가 문제인가? 확진자 수는 부정확하다. 실제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 중 일부만이 선별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가령 2020년 9월 이후 군 입영 장정 중 2만3446명 코로나 항체 보유 여부를 조사하였다. 항체 양성자는 총 60명 중 기 확진자는 절반인 30명이고 나머지 30명은 진단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실제 코로나 감염자 수는 확진자의 두배 이상일 것이다.

확진자 수로 유행 강도 추이를 가늠하는것도 부정확하다. 가령, 정부가 검사를 강화하면 감염이 확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는 증가할 것이다. 치료제가 도입되면 위험의 수준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확진자 수에 기반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은 이를 반영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확진자 수를 매일 보도하는 한, 코로나의 실제적 위험이 크게 줄어들어도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코로나의 위험에 대한 정확한 지표는 중환자와 사망자 수다. 사실 모든 감염병의 궁극적 관리 목표가 중환자와 사망자 수 관리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택한 영국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 수를 발표하지 않는다. 대신 검사자 대비 양성 비율를 발표한다. 유행이 사망으로 이어지는데 최소 2~3주 정도 시차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방역 당국도 확진자 수와 검사자 대비 양성 비율 등을 보조 지표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치명률(사망자/감염자)은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가령, 델타 변이처럼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매우 높아서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 그에 비례하게 중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난다. 치명률이 같더라도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치명률도 핵심 지표라 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접촉자 추적 조사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유행 초기엔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유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번지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현행 역학조사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고, 감염자가 늘어나면 부실해진다. 투입된 자원대비 효과도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와 사생활에 지금처럼 공권력이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은 계속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유증상자가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일부 정책들은 유지∙강화되어야 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한동안 계속되어야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달리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비용대비 효과가 큰 수단이다. 그리고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10~20% 고위험층 접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예에서 볼수 있듯이 앞으로 발생하는 사망자는 대부분 백신을 맞지 않은 고위험군일 것이다. 모든 노인의 복지 혜택을 백신 접종을 맞은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환자의 치료는 기존의 의료시스템에 유기적으로 융합해야 한다. 선별진료소를 폐지하고 일반 의원에서 코로나 감염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코로나 확진자 모두가 시설 치료를 받는 현행 생활치료센터를 재택 치료로 전환해야 한다. 무증상과 경증 환자까지 격리해서 치료하는 건 과도한 비용을 초래할 뿐이다. 다만 환자가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 병상 확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입원치료는 더이상 공공 기관이 아닌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센터와 같이 감염병센터를 지정하여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음압기능이 있는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 환자 치료 인력에 대한 등급 지정과 넉넉한 수가 책정도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 시대, 모든 사망을 원천 봉쇄할 만능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면 당장 코로나로 사망하는 사람 숫자는 줄어들 수 있지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그 가족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힌다. 이 또한 장기적으로 생명의 손실로 이어진다. 과도한 방역 조치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된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와 이를 막으려는 노력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의 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