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3] 뉴 노멀 시대의 양가감정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9. 28.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없던 직장인의 고민 내용을 접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엔진 엔지니어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는데, 전기차로의 비중 전환 등 회사의 정체성 변화가 기대와 불안이란 두 감정을 동시에 일으키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또 다른 예로는 ‘회사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는데 우리 부서는 수익은 내지만 더러운 사업을 하는 곳이라 회사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동시에 자괴감마저 느껴진다’는 고민도 있다.

동시에 두 마음을 품는 양가감정(ambivalence)을 문제적 심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다. 결혼 전날 ‘이 결혼이 맞나’ 하는 양가감정이 드는 것이 비정상은 아닌 것이다. 실제로 정도의 차이일 뿐 잠깐이라도 그런 감정이 찾아와 당황했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직면한 팬데믹 위기와 그에 맞물린 사회경제적 변화의 압박은 양가감정을 강화시키는 상황이다. 양가감정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단호하고 긍정적인 감정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여 한쪽 감정을 찍어 누르려는 경향이 생긴다. 특히 리더 입장에서 보면 양가감정의 부정적인 면을 억누르기 위해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미래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쉽다. 그것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번 시기만 극복하면 코로나를 곧 종식하고 정상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란 메시지 같은 것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내용이지만, 가을을 앞두고도 코로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과연 ‘코로나 종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양가감정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리더의 긍정 일변도식 접근이 오히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최선의 접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리더가 자신의 양가감정을 솔직히 밝히고 투명하게 현재의 문제를 공개하고 협조를 구할 때 구성원의 양가감정이 그 순간엔 증가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 감정의 복잡성이 구성원의 창의성을 증가시켜 보다 유연한 계획을 개발하고 협력적인 업무 관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 복귀 사이에도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서로 다른 양가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럴 때 양가감정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임을 조직 안에서 인정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열린 소통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양가감정의 공유를 통해 구성원들이 ‘정서적 유사성’ 경험을 얻고 조직 내 스트레스에 대비하는 푹신한 쿠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