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 '사유의 인간' vs. 책벌레
대선 주자들에게 ‘내 인생의 책’을 꼽아달라 요청하면서 궁금했습니다. 그들이 꼽은 책엔 어떤 대통령의 상이 반영되어있을지가요. 우리가 보통 ‘어떤 책을 좋아한다’고 할 때엔 그 책의 가치와 우리의 정체성을 일치시키니까요. 다양한 답이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평등을, 누군가는 공정을, 누군가는 인격을, 누군가는 이념을 대통령이 될 법한 인물의 우선가치로 내세웠다는 점이 흥미로왔습니다.
이재명은 ‘불평등 해소’, 이낙연은 ‘인격’이 핵심 키워드, 윤석열은 ‘국가의 실패’, 홍준표는 ‘이념 갈등 극복’ 내세워
내가 찾은 피난처는 책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독서 습관은 아주 어릴 적부터 배어 있었다. 내가 지루하다고 짜증 낼 때, 나를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보낼 여력이 없을 때, 애 봐줄 사람이 없어 나를 데리고 일하러 가야 할 때 어머니는 으레 책을 내밀었다. 가서 책을 읽으렴. 다 읽고 나서 뭘 배웠는지 말해줘.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 회고록 ‘약속의 땅’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흑백 혼혈에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란 오바마는 어린 날 자신이 “모든 곳에서 왔으면서도 어디에서도 오지 않은 사람”같은 기묘한 감정이 찾아들 때마다 책으로 도피했다고 합니다. “우리 아파트 맞은편 센트럴 유니언 교회의 바자회에서 오래된 양장본이 담긴 통 앞에 서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떤 이유에선지 나는 관심이 가거나 막연히 친숙해 보이는 책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랠프 엘리슨과 랭스턴 휴스, 로버트 펜 워런과 도스토옙스키, D.H. 로런스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책들이었다.” 고등학생이던 오바마는 그 책들을 모두 읽었답니다. “그 때 읽은 것들 대부분은 막연하게만 이해했다. 이걸로 뭘 할지는 몰랐지만, 내 소명의 성격을 알아내는 날엔 쓸모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번주 Books는 대선주자들의 ‘인생 책’ 특집으로 마련했습니다. 흔히들 그 사람이 읽은 책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요. 비판적 사고 없이 책 속 내용을 맹신하는 사람만큼 위험한 존재도 없겠지만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책이 궁금해,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을 넘기다 맹목적인 독서의 위험을 경고하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바이든은 어린 시절 말 더듬는 버릇을 고치려 에머슨의 문장들을 통째로 외웠답니다. 특히 이 구절을요.
온순한 젊은이들이 도서관에서 자라난다. 그들은 키케로, 로크, 베이컨의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믿는다. 키케로, 로크, 베이컨이 이 책을 썼을 때 단지 도서관에 있던 젊은이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린다. 이 때문에 ‘사유의 인간’ 대신 책벌레가 생겨난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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