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메르켈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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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설을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엄지와 검지로 마름모 모양을 배 위에 두는 버릇이 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오자 메르켈 총리는 역사적인 난민포용정책을 선언했다.
포브스는 작년까지 10년 연속 메르켈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고,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세계지도자 중 신뢰도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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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오자 메르켈 총리는 역사적인 난민포용정책을 선언했다. 모두가 난민 수용을 기피할 때 그는 그해 말까지 80만명을 수용하고 그 상한선마저 없앴다. 국제사회에서 ‘난민의 어머니’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여론의 반대로 뭇매를 맞았다. 그는 결국 난민 유입을 적정선에서 통제하며 정치위기를 극복했다.
그해 국제현안이었던 그리스 국가부도사태에서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은 구제금융 협상에서 프랑스 등의 반대에도 ‘빚은 스스로 갚아야 한다’며 그리스에 강도 높은 개혁안을 관철시켰다. 그는 협상장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가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도 다르지 않다. 메르켈은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며 실상을 가감 없이 알렸다. 사상 최대의 적자예산을 짜면서도 "2023년부터 막대한 빚을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메르켈의 이런 리더십은 놀라운 기적을 연출했다. 2005년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할 당시 독일은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쏟아부은 데다 노사협력의 실패, 과잉복지까지 겹쳐 큰 위기를 맞았다. 그는 16년간 재직하며 침몰 직전의 경제를 부활시켰고 유럽연합(EU)과 국제사회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냈다. 포브스는 작년까지 10년 연속 메르켈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고,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세계지도자 중 신뢰도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정계를 떠난다. 그런데 독일인과 유럽인들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EU 대통령직이 있다면 누굴 뽑겠느냐는 설문에 많은 유럽인이 메르켈을 꼽는다. 한국판 메르켈 리더십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선 주자들의 성찰과 분투를 촉구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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