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충전기 하나면 족한 편한 세상

- 입력 2021. 9. 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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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모든 스마트폰의 충전 방식을 하나로 통일했다.

실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충전기의 표준 설정 논의를 시작한 것은 12년 전이다.

유럽 역내 시장을 담당하는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이번에 충전기 통합을 밀어붙인 셈이다.

충전기처럼 하찮아 보이지만 하나의 표준이 만들어지면 수십억 인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조치를 상상하며 유럽의 활약에 기대를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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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논의 12년 만에 스마트폰 충전 방식 통일
일부 훼방에도 표준화 노력.. 소비자들 편리
유럽연합(EU)이 모든 스마트폰의 충전 방식을 하나로 통일했다. 애플, 삼성, 화웨이 등 브랜드나 모델마다 다른 충전 핀을 사용해야 했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USB-C 방식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결정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헤드폰이나 태블릿, 디카와 게임기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적용될 예정이다.

소비자의 삶이 얼마나 편해질지는 책상 서랍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다양한 충전기와 전선 더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여행을 떠날 때 갖은 충전기를 챙기는 일은 사람들을 노이로제에 빠지게 할 정도다. 하나라도 잊으면 낯선 곳에서 새로 충전기를 구하느라 반나절은 쉽게 허비하기 때문에.

충전 표준은 소비자의 편리함을 넘어 환경보호에도 득이 된다. EU는 매년 충전기 관련 1만1000t의 쓰레기가 발생하며 이 조치로 적어도 1000t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양한 기기를 구매할 때 충전기를 함께 살지도 소비자의 선택으로 돌려 자원의 낭비를 막았다.

상식적으로 소비자의 편리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이런 훌륭한 정책이 왜 이제야 시행되는 것일까. 두 가지 요소가 이를 막았다. 하나는 이데올로기적 반대다. 영국은 이런 세세한 정책까지 유럽이 결정함으로써 자국 주권을 침해한다고 여겼고, 시장의 자유라는 가치가 억눌린다고 비판했다. ‘다행히도’ 영국은 스스로 유럽에서 나가 주었다.

다른 하나는 거대 기업의 이익이다. 자사 제품만의 생태계를 만들어 소비자를 종속시킴으로써 지속적 이윤 창출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애플의 전형적 수법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표준을 강제하면 기술적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하여 로비력을 통해 표준의 채택을 방해해왔다.

실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충전기의 표준 설정 논의를 시작한 것은 12년 전이다. 그동안 일부의 집요한 훼방에도 유럽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럽의회는 계속 표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유럽 역내 시장을 담당하는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이번에 충전기 통합을 밀어붙인 셈이다.

브르통은 규제 성향이 강한 프랑스 출신으로 통신 대기업 프랑스 텔레콤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두루 잘 안다. 그는 이번에 혁신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애플의 논리를 적절하게 무너뜨렸다. 표준 충전 장치를 기본으로 설치하면 추가로 회사 고유의 충전 방식을 부착하는 것을 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집행위의 조치는 이제 유럽의회와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소비자와 환경에 모두 친화적인 정책인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비준이 완성돼 2024년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산업 부문에 큰 기득권을 가진 유럽 업체가 없다는 사실도 정책 결정과 집행을 수월하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의 애플과 한국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 기업이 벌이는 세계 경쟁에서 유럽은 중립적 규제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거대한 시장 덕분에 유럽의 규제가 세계로 확산하는 ‘브뤼셀 효과’의 혜택을 우리도 누릴 수 있을까. 충전기처럼 하찮아 보이지만 하나의 표준이 만들어지면 수십억 인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수많은 조치를 상상하며 유럽의 활약에 기대를 품어 본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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