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간격 효과 떨어지나?".. '접종 간격 단축' 방침에 불만 쏟아져

박지원 입력 2021. 9. 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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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신규 접종자 화이자 3주·모더나 4주 간격
10월 둘째 주 이후 2차 접종자도 간격 1∼2주 단축
5∼6주 간격 접종자들 "괜히 서둘렀다 바보 된 기분"
전문가들 "정부 일관성 유지해 국민 불안 잠재워야"
27일 서울 마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6주 차이로 2차 접종을 받는 사람만 바보 된 기분입니다.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도 되고요.”

지난 8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10월 4일로 배정된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 이모(29)씨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간격을 다시 단축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백신 접종을 괜히 서둘렀다”며 후회했다. 기존 국내 화이자 접종 간격 권고 기간인 3주에서 2배로 늘어난 6주 간격 접종에 불안감을 느껴왔는데 차라리 1차 접종을 더 늦게 했다면 이번 정부 방침에 따라 접종 기간이 단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맞으라는 정부 권고대로 10부제 예약 당시 가능한 가장 이른 날짜로 서둘러 예약했을 뿐인데 더 늦게 맞는 사람들은 기존 권고대로 3주 간격으로 맞고 일찍 맞은 사람만 6주 간격으로 맞는다니 억울한 기분이 든다”며 “백신 수급 여력이 생기자 간격을 다시 줄이는 걸 보니 6주 간격은 역시 비정상적으로 늘려놨던 거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mRNA(메신저리보핵산) 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을 다시 단축하기로 결정하면서 5∼6주 간격으로 접종을 받았거나 접종이 예정된 이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은 “mRNA 코로나19 백신의 9·10월 공급규모 및 의료기관 접종여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일정 등을 고려해 (mRNA 백신) 접종 간격을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월 둘째 주(10월11∼17일) 이후 백신 2차 접종이 예약된 사람들은 접종 기간이 최대 2주 단축된다. 이미 1차 접종을 마친 사람 중 10월 둘째 주∼11월 첫째 주 사이 2차 접종이 예정된 경우 접종 간격이 1주 당겨지고 11월 둘째 주에 2차 접종이 예정된 경우 접종 간격이 2주 단축된다. 조정된 2차 접종 일정은 오는 28일 개별적으로 안내될 예정이다. 

10월부터 신규 접종자의 경우 기존 백신별 권고 간격(화이자 3주·모더나 4주)에 맞게 접종을 받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10월 둘째 주 이후부터 접종 간격이 다시 단축되자 그 이전에 2차 접종이 예정된 이들과 이미 5∼6주 간격으로 접종을 마친 이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6주 간격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친 석모(47)씨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해서 맞았지만 기존 3주보다 너무 길게 간격을 두고 맞아 항체가 제대로 생기긴 한 건지 불안하다”며 “6주 간격으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항체 형성 검사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초 2차 접종을 앞둔 김모(31)씨 역시 “6주는 너무 불안해 2차 접종을 당겨보려고 했지만 병원에선 최대 1주일 밖에 당길 수 없다고 하고 잔여 백신 신청도 치열해 늘상 실패한다”며 “8월에 1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접종 간격을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27일 서울 마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6주 간격으로 접종해도 안전성이나 효과에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접종 간격을 자주 조정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키우는 등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5∼6주 간격으로 접종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라고 해도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 화이자 접종 간격을 늘려서 한 연구를 보면 접종 간격이 늘어날수록 부스터 효과가 커져 항체가 더 많이 생기는 등 오히려 장점도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6주 간격으로 접종을 하게 됐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신 접종 기간이 자주 조정되면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며 “접종 간격 등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게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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