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의 걸작 '삼손과 데릴라'는 가짜였다.. AI가 판명

최혜승 기자 2021. 9. 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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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 1609년경)' / 영국 내셔널갤러리

인공지능(AI)이 영국 내셔널갤러리에 걸려있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걸작 ‘삼손과 데릴라’에 대해 모조품이라고 판정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진위 논쟁에 종지부가 찍힐지 예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더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 기업 아트 레커니션과 카리나 포포비치 박사 분석팀이 AI를 통해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삼손과 데릴라’를 분석한 결과 91% 확률로 위작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17세기 유명 화가 루벤스의 작품 ‘삼손과 데릴라’는 술에 취한 삼손이 데릴라의 품에서 자고 있으며, 이발사가 삼손이 가진 초인적인 힘을 없애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묘사돼있다. 문밖에는 삼손을 잡기 위해 군인들이 대기 중이다. 이 그림은 당시 정치인이었던 니콜라스 로콕스가 루벤스에게 의뢰한 것으로, 이후 로콕스 가문이 쭉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1980년에 크리스티 경매에서 250만파운드(약 40억원)을 주고 이 그림을 사들였고, 이후 일각에선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삼손과 데릴라’는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림에 쓰인 색감이 루벤스가 선호했던 것과 다르고 그림의 구성이 어색하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루벤스는 부드러운 손목의 놀림에 의한 붓질로 유명한데 ‘삼손과 데릴라’의 붓질은 거친 느낌을 준다는 주장도 있었다.

포포비치 박사팀은 AI프로그램에 예술가들의 붓질 방식을 포함해 세부적인 기법을 입력해 전체 작품을 스캔했다. 진품으로 판명 난 루벤스의 그림 148점과 비교 분석한 결과, AI는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삼손과 데릴라’의 배열 등 모든 기법을 가짜로 보았다.

포포비치 박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정말 놀랐다”면서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반복 실험했는데 결과는 항상 같았다”고 전했다.

반면 AI는 루벤스의 또 다른 작품 ‘이른 아침의 헤트스테인 풍경’도 스캔했는데, 이는 진품일 확률이 98.76%에 달했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새로운 연구를 주목한다”면서 “어떤 근거도 적절히 평가될 수 있도록 발표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때까지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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