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곽상도 아들 50억' 알고도 뭉갰다

장나래 2021. 9. 2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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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논란]김기현 "추석 전 제보 받은 건 사실"
곽 의원에 확인하고도 조처 안해
이준석 "육참골단 기조로 대응
곽, 결단해야" 의원직 사퇴 요구

민주당 "50억 퇴직금 알고도
화천대유 누구 것이냐 외쳤나"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지도부가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아무개(31)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을 추석 연휴 전 미리 파악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당시 곽 의원에게 직접 사실 확인까지 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대여 공세만 강화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 대표는 “젊은 세대의 분노가 클 것이다. 곽 의원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며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추가 조처에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추석 전에 곽 의원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곽상도 의원의 경우 그런 제보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본인에게 경위를 물어보니 언론 보도와 같은 형태의 그런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는 이날 추석 연휴 전인 2주 전쯤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은 사실을 국민의힘 쪽이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왜 당 차원에서 바로 조치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특검에 의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장동게이트는 권력을 교묘히 악용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특정 개인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실현시킨 악질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태스크포스를 통해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6일 화천대유가 보도자료를 통해 곽 의원 아들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을 공개하자 뒤늦게 곽 의원 징계를 논의했지만 회의 직전 곽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서 징계는 무산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긴급 최고위 전 곽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엄중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한 것으로만 들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가 곽 의원 탈당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곽상도 의원 역시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사실을 감춘 채, “입사해서 겨우 250만원 월급 받은 제 아들은 회사 직원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아들인 곽씨는 전날 입장문에서 “(아버지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셔서 급여랑 성과급 등을 말씀드렸다”고 밝혀, 곽 의원이 월급 내역만 선별 공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꼬리자르기’식 대응으로 문제를 덮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탈당한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준석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가기 위해선 곽 의원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곽 의원이 탈당했기 때문에 당 징계 절차를 하기 어렵게 됐지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의원의 품위 유지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 저희가 그 이상의 조치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건은 산재에 따른 보상 등으로 해명되지 않는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곽상도 의원의 탈당 이상의 추가적 거취표명을 요구한다”며 “육참골단을 기조로 삼겠다”고 적었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는 뜻의 사자성어까지 인용해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거듭 압박하며, 그에 대한 의원직 제명 등 추가 조처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강민국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도 이날 성명서를 내어 “곽 의원은 이미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을 알고도 우리 당의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면서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이냐고 외치는 그 이중성, 그 얼굴이 참 궁금하다”며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는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 외치기 전에 자체적으로 전부 조사해서 스스로 하시라”고 촉구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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