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마지막 퍼트..지은희, 불굴의 '감동 드라마'
[경향신문]
LPGA 아칸소 챔피언십 공동 2위
전성기 기량·포기 않는 승부근성
하타오카와 막판까지 ‘불꽃 접전’
지은희(35)가 벙커 안에서 시도한 이글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갔다. 성공하면 연장전으로 갈 수 있었던 승부수.
벙커에서 샌드웨지 아닌 퍼터로 홀을 노리는 흥미로운 장면을 숨죽여 지켜보던 갤러리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토해냈지만, 지은희는 최선을 다한 결과를 받아들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27일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71·643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230만 달러)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지은희가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은 대회 막판의 하이라이트였다.
2타 차로 앞선 선두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루기 위해서는 18번홀(파5)에서 반드시 이글이 필요했다. 투 온을 노린 세컨샷이 그린을 맞고 튀어 뒤쪽 벙커에 빠지자 지은희는 내리막을 감안해 퍼터로 이글을 노렸다. 모래가 단단하고, 벙커 턱이 낮아 퍼터로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기에 시도한 승부수였다.
이글 퍼트가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버디에 그치면서 호주교포 이민지와 1타 차 공동 2위에 머물렀지만 지은희가 보여준 투혼은 밤새 한국선수들을 응원한 국내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들의 맏언니로서 후배들에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정신,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불어넣는 대활약이었다.
1타 차 3위로 출발해 이글 1개, 버디 2개로 4타를 줄인 지은희의 최종성적은 합계 15언더파 198타. 이 대회에서 두 차례 홀인원을 기록하는 행운을 누린 하타오카 나사(16언더파 197타)에 1타 모자라 2년8개월 만의 통산 6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언제든 우승을 다툴 수 있는 경기력을 확인한 의미있는 준우승이었다.
2007년 미국으로 진출한 지은희는 2008년 웨그먼스 LPGA에서 첫 우승을 거두고, 이듬해 US여자오픈(7월)에서 메이저 타이틀까지 챙겼지만 그 후 8년이나 기다린 끝에 3승째를 수확했다. 주위에서 전성기는 지났다고 평가할 때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2017년 10월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부활한 뒤 2018년 기아 클래식(5월)과 2019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1월)에서 1승씩 더했다.
지은희는 “지금 샷 교정을 하고 있는 게 많이 좋아져서 자신감있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오늘 플레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대로 지은희는 여전한 경기력을 노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세계 2위 고진영은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공동 6위를 차지했고 이날만 무려 9타를 줄인 유소연이 최운정, 이정은6과 공동 8위(11언더파 202타)에 올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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