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르는 천사 '윙콥터'
[경향신문]
독일서 혈액 샘플 26㎞ 운반
수직이착륙·고속 비행 ‘강점’
수직이착륙과 고속 비행이 모두 가능한 ‘변종 무인기’로 혈액을 어디서든 빠르게 운반하는 시험이 독일에서 성공했다. 위독한 환자를 살리는 새로운 방안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달 중순 독일 무인기 제조업체 ‘윙콥터(사진)’는 독일 북동부에 있는 ‘메클렌부르크 웨스트 포메라니아주’에서 혈액을 26㎞ 거리에 걸쳐 무인기로 수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험은 독일 연방정부와 그라이프스발트대 의료센터 등이 무인기를 지역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윙콥터와 연구진을 구성해 시행했다.
시험에 사용된 무인기는 서울시청과 경기 고양시 킨텍스 간 직선거리(23㎞)보다 먼 26㎞를 18분 만에 날아 혈액 샘플 250g을 운반했는데, 이는 지상을 통한 수송 속도의 2배였다. 무인기는 도로망이 미비한 시골일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고속 운반이 가능했던 것은 ‘윙콥터’라는 이름을 가진 무인기의 독특한 형태가 큰 몫을 했다. 동체 폭이 198㎝인 윙콥터는 이륙할 때 프로펠러를 헬기처럼 하늘 방향으로 향하며 수직으로 떠오른다. 활주로가 필요 없어 좁은 공간에서 얼마든지 뜰 수 있는 회전익 비행기 형상이다.
그러다 일정 고도에 이르면 프로펠러가 정면을 향한다. 동체에 날개가 붙어 있기 때문에 영락없는 고정익 비행기 형상으로 변한다. 고정익은 헬기 같은 회전익보다 빨리 난다. 일반적인 회전익 무인기는 최대 속도가 대개 시속 80㎞ 내외이지만, 윙콥터는 144㎞에 이른다.
윙콥터는 임무를 마친 뒤에는 프로펠러를 다시 하늘 방향으로 향하며 헬기처럼 수직으로 지상에 안착한다. 항공업계에선 이렇게 프로펠러 방향이 자유자재로 바뀌는 운영체계를 두고 ‘틸트로터(tilt rotor)’라고 부른다. 틸트로터를 채택한 윙콥터는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혈액을 옮길 수 있어 사람을 살릴 ‘천사’가 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선 의료자원을 신속히 옮기는 데 무인기를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에선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생활필수품이나 약품을 전달하는 데 무인기를 썼다. 올해 스웨덴에선 심정지 환자에게 쓰는 의료장비인 제세동기를 무인기에 매달아 옮기는 연구가 시행됐다. 독일에서 진행된 이번 시험의 성과와 관련해서도 연구진은 혈액 외에 의료 장비나 물품을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앤스가 카두라 윙콥터 공동창업자는 “무인기로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향후 이 연구 주제와 관련한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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