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에서 느끼는 수억년 전 지구 생물의 숨결 [돌이 된 생명의 역사, 화석]

이승배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입력 2021. 9. 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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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석탄은 수십년 전 한국 경제발전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석탄은 다량의 식물 잔해가 물속에 쌓여 썩지 않고 지층에 매몰된 후 적당한 열과 압력에 구워지는 절묘한 조화를 통해 만들어진 암석이다. 석탄기(Carboniferous)라는 지질시대 명칭은 ‘석탄을 가지고 있다’는 라틴어에서 기원했는데 실제로 유럽, 북미, 중국 등의 대규모 석탄층은 바로 석탄기 지층에 들어 있다.

화석 기록으로 볼 때, 줄기를 가진 나무와 숲이 등장한 때는 석탄기에 앞선 데본기이다. 데본기 이전인 실루리아기 지층에서 최초의 육상 식물 화석이 발견됐다. 작은 숯 화석의 발견으로 실루리아기에는 ‘들불’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즉, 그 당시 지표의 일부는 키 작은 식물들로 덮여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실루리아기, 데본기의 석탄층도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다. 석탄은 식물이 육지에 자리를 잡고 번성하기 시작한 고생대 실루리아기 이후에는 언제든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한국 석탄 자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연탄은 그 매장량의 80% 이상이 고생대 후기(석탄기~페름기) 지층에 부존돼 있다. 주로 강원 삼척·강릉·정선·평창·영월, 충북 단양·보은, 경북 문경, 전남 화순 일대에 탄전이 분포한다.

석탄기 지층에는 석회암층이 끼어 있고 바다에 살던 동물들의 화석이 발견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석탄층은 이 지층 바로 위, 페름기 지층에 끼어 있다. 한국 제2의 탄전은 충남 보령·부여·청양 일대에 분포하는 충남 탄전이며, 이곳의 무연탄층은 중생대 초기에 쌓인 지층 안에 끼어 있다. 기대와는 달리, 석탄층 안에서는 뚜렷한 화석을 찾기 어렵다. 너무 많은 식물체가 뒤섞여 변질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대신 석탄층 주변에 있는 석탄처럼 검은 퇴적암에서는 화석이 발견된다. 페름기 지층에서는 나무고사리, 소철, 속새(쇠뜨기), 구과식물 등의 나뭇잎 화석과 당시 번성했던 나무의 일종인 ‘인목(鱗木)’의 줄기 화석이 발견된다. 중생대 초기 지층에서도 비슷한 식물 화석이 나타나는데, 인목 대신 은행잎 화석과 함께 곤충, 어류 등의 동물 화석이 발견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유추한 고생대 후기나 중생대 초기 이 땅의 모습은 대략 이렇게 상상된다. 석탄기 중기에는 내륙이 가라앉아 얕은 바다가 침투했고, 석탄기 후기에 그 바다에 석회암층이 쌓였다. 페름기에는 거대한 하천들이 몰고 온 자갈, 모래, 진흙이 석회암층을 뒤덮으며 그 위에 울창한 숲과 크고 작은 호수나 습지가 발달했다. 중생대 초기에는 지하 여기저기에서 마그마가 상승했는데, 육지의 곳곳을 들어 올린 까닭에 산지가 형성됐다. 숲이 울창한 산과 산 사이에는 소규모 하천들이 흐르고 작은 호수나 습지가 발달했다. 이런 환경에서 어디에는 충분한 식물 잔해가 쌓여 석탄층이 되었고, 또 다른 곳에는 그보다 적은 양의 식물 잔해나 작은 동물들이 화석이 됐다.

석탄 개발에만 몰두했기 때문일까. 아쉽게도 그동안 식물 화석 자체나 그 밖의 동물 화석에 대한 깊이 있는 고생물학적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서 석탄층 형성 시기의 식물 화석들을 눈에 익힌 후, 가을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변의 검은 퇴적암에 주의를 기울여 보자. 비슷한 화석을 발견하는 기쁨을 넘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롭고 중요한 화석을 발견하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승배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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