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투키디데스 [박형준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2500년 전에 투퀴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2011년)야말로 ‘고전’이란 말에 가장 합당한 책이다.
인류 문명의 보고인 아테네를 알고 싶은가. 그럼 이 책을 들자. 인류는 아테네에서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문명이라는 이름 값을 하는 온갖 보물들을 건진다. 하지만 그 아테네가 문명이라는 관점에서는 본받을 만한 것이 별로 없는 스파르타에게 패했다.
이런 역사의 비극은 흔히 반복된다. 패권 전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럼 이 책을 읽자. 미중 패권전쟁을 다룬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은 이 책에서 투퀴디데스 함정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신흥 강자의 부상에 따른 두려움이 패권전쟁의 강력한 유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웅본색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럼 딱 이 책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압권인 부분은 페리클레스라는 영웅의 추모자 연설이다. 지금 페리클리스가 나타나 똑같은 연설을 하더라도 혼이 빠질 것 같다.
그는 이 전쟁을 단순히 국가 간 힘 싸움으로 보지 않는다. 한 시대를 찬란하게 수놓은 아테네 문명을 계승하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사명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남을 모방한 문명이 아니라 독창적이고 남에게 본보기가 되는 나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탁월한 개인을 공정하게 발탁할 수 있는 나라. 부를 자랑하지 않으며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사회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는 나라.
지혜를 사랑하면서도 문약하지 않은 나라. 도시 전체가 인생의 다양한 분야에서 놀이하듯 자신만의 특질을 개발할 수 있는 학교가 되는 나라. 이 나라의 의미를 알기에 용기 있는 시민들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지키려하는 나라. 삶의 가치는 결국 의미이다. 죽음을 통해 삶의 가치를 빛나게 만드는 숭고함의 미학을 통해 이처럼 감동적으로 드러낸 연설은 없었다.
박형준 | 부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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