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고에선 돈 냄새가 난다.. 소프트뱅크·구찌도 투자
프랑스의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베스티에르)’는 지난 22일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2호 등에서 1억7800만유로(약 2454억원)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비전펀드 2호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이 2019년 127조원 규모로 조성한 펀드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홍콩·싱가포르에도 진출한 베스티에르는 이번에 14억5000만유로(약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구찌·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 그룹도 지난 3월 베스티에르의 지분 5%가량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 업계 큰손인 소프트뱅크가 투자에 나설 만큼 전 세계 중고 거래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확산 이후 중고 거래 시장 확산세는 가파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패션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달러(약 47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유통 업계에선 유명 백화점들이 중고품을 취급하는 대형 매장을 열고 H&M·이케아·리바이스 같은 업체들도 속속 중고 제품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판 커진다…소프트뱅크도 투자하는 중고 시장
파리의 유명 백화점 프렝탕은 이달 초 7층 테라스에 650㎡(196평) 규모 중고 명품 판매 매장을 열었다. 중고 명품 제품을 판매하고 백화점 고객이 가져온 명품을 되사기도 한다. 미국 의류 회사 메이드웰은 최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과 손잡고 뉴욕 브루클린에 중고 의류 판매 전문 팝업숍을 열었다. 고객이 옷을 가져오면 수선도 받을 수 있고, 고객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옷을 더 오래 입는 방법도 안내한다.
전문가들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Z세대’가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다고 본다. 공유 경제를 경험하며 자란 이들은 상품을 소비재가 아닌 자산으로 이해하고 되사거나 되파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새 상품 대신 중고 제품을 다시 쓰는 것이 환경 친화적이라는 인식도 중고 소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업체들도 미래 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앞다퉈 중고 상품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케아는 작년 말부터 27개국에서 ‘바이백’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쓰던 중고 제품을 상태에 따라 원구매가의 30~50%를 지급하고 다시 사들인다. 스웨덴 의류 회사 H&M그룹은 작년 중고 플랫폼 ‘셀피’를 출범, 유럽 전역에 중고 거래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청바지로 유명한 패션 업체 리바이스는 고객이 입지 않는 제품을 수거해 자체 세척·수선해 되파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도 20~30대 고객 유인을 위해 중고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8월 영등포점에 국내 최초로 스니커스 리셀 매장 ‘아웃오브스탁’을 열었고,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스니커스 리셀 전문 매장 ‘브그즈트랩(BGZT Lab)’을 선보였다.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품질 거래 인증도 쉬워져”
중고로 거래되는 상품의 품질을 인증하는 기술과 시스템이 정교해진 것도 중고 거래 확산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7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의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는 국내에 검수 센터를 따로 두고 취급하는 모든 상품의 품질을 검증해, 정품으로 확인한 제품만 구매자에 발송한다. 운동화의 소재, 박음질 상태, 상자 상태 등 100여 항목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스레드업은 하루 평균 10만벌이 넘는 헌 옷을 분류하고 세탁해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국내에선 SSG닷컴이 최근 상품 정보와 구매 이력, 보증 기간 등을 담은 디지털 보증서를 발행하고 있다. 롯데온은 외부 판매자가 판매하는 명품 신뢰도를 파악, 위조 상품을 예방하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보상하는 ‘트러스트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모두 고객이 해당 제품을 되팔 때도 정품 인증을 쉽게 받도록 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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