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스마트폰의 두뇌, AP 싸움] 삼성전자, 최신 '엑시노스'로 애플·퀄컴에 도전장 낸다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2021. 9. 2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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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AP에 들어가는 ARM 기반 CPU. 사진 ARM

2030년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 자리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전략 중 하나는 반도체 설계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재산권(IP) 사업과 이 IP 설계도를 가지고 실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삼성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상보형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등의 반도체 설계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각종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로 합친 통합 칩(SoC⋅시스템칩온)은 최신 주류로 여겨지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는 가장 중추적인 형태의 SoC다. 모바일 기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CPU에 의한 일반적인 연산과 GPU의 병렬⋅그래픽 연산, 모뎀을 통한 통신, 시스템과 외부를 이어주는 것과 같은 다채로운 기능을 내포하면서도 램(RAM)과 롬(ROM) 같은 저장장치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 기기라는 특성에 맞게 전력을 덜 소모해야 하며, 기능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관건이다. 더 복잡한 기능 수행을 위해 요즘 SoC에는 인공지능(AI)도 접목하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SoC는 인간의 두뇌처럼 스마트폰의 각 부위를 통제한다.

삼성전자가 오는 4분기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AP ‘엑시노스’의 최신판 엑시노스 2200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크게 향상된 기능과 성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노스 2200은 내년 초 공개가 유력한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가칭)에 탑재가 유력하다. 해당 스마트폰에는 엑시노스의 라이벌 AP라고 할 수 있는 퀄컴 스냅드래곤의 최신 버전인 스냅드래곤 895(가칭)도 병행 채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은 전작인 갤럭시S 21에서도 함께 적용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20에 장착됐던 엑시노스 999까지는 자체 개발했던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 방식)를 활용했지만, 발열이나 성능 부분에서 시장의 비판이 상당했다. 이 때문에 갤럭시S21에 채용한 엑시노스 2100부터는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이 개발한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도 같다. ARM의 모바일 아키텍처는 저전력⋅고효율을 추구하고 있어 최신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아키텍처라는 평을 듣는다.

엑시노스 2200은 엑시노스 2100과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다만 SoC에 포함된 GPU가 기존 ARM이 개발한 말리 GPU에서 AMD가 만든 RDNA 2로 교체됐다. 해당 GPU는 현재 퀄컴 스냅드래곤 888에 들어간 퀄컴 아드레아노 GPU보다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이 아이폰12 등에 채용하고 있는 A14 바이오닉의 그래픽 성능도 뛰어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삼성전자 AP의 이러한 변화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고화질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일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GPU의 고성능·저전력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퀄컴 역시 스냅드래곤 888(888+)의 차기형인 스냅드래곤 895를 개발하고 있다. 엑시노스 2200과 함께 삼성전자 갤럭시S22 채용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세부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ARM 아키텍처를 사용하며, GPU는 삼성전자처럼 외부 개발사가 만든 것이 아닌 퀄컴 자체 개발 아드레아노를 그대로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시장에 따라 AP를 나눠 적용하는 전략을 취한다. 각 시장의 환경 등을 고려한 조치다. 퀄컴의 입김이 센 미국과 중국에서는 스냅드래곤을 장착한 갤럭시를 판매한다. 한국과 유럽 등에는 엑시노스를 채용한다. 이런 이유로 갤럭시S22 역시 출시 국가별로 AP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두 AP의 직접적인 비교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 AP에 NPU 적용해 퀄컴과 차별화?

삼성전자와 퀄컴 AP가 가진 또 다른 점은 NPU의 적용 유무다. NPU는 AI 딥러닝 등에 최적화한 반도체로, CPU가 가진 연산 능력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하드웨어 단위에 사람 두뇌 같은 신경망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준 개념이다. 엑시노스는 NPU를 채용하고 있으나, 퀄컴의 스냅드래곤은 NPU의 역할을 GPU 등 다른 반도체가 나눠 맡는다.

엑시노스 2200과 스냅드래곤 895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만든다.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4㎚ 공정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4㎚ 공정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과거 콘퍼런스콜 등의 발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미 4㎚ 양산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시장은 인식하고 있다. 해당 공정으로는 퀄컴의 최신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65도 만드는데, 엑시노스 2200과 스냅드래곤 895를 이 모뎀칩을 동시 적용한다. SoC는 여러 칩을 하나로 묶은 형태이기 때문에 생산 효율 면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함께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엑시노스 2200이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애플의 자체 개발 모바일 AP A15 바이오닉의 존재다. 해당 AP는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3에 적용됐다. 이미 지난 5월부터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의 5㎚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A15 바이오닉 역시 SoC로, 내부에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CPU와 GPU, NPU를 사용한다.

다만 5G 모뎀칩만큼은 퀄컴 것을 사용한다. 애플은 5G 모뎀칩도 곧 자체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인 엑시노스 1200의 개발에도 한창이다. 엑시노스 1080의 후속작으로, 역시 AMD GPU를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 1200의 경우 최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오포, 샤오미, 비보의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에 채용될 것으로 보여진다. 전자 업계는 플래그십에 사용되는 엑시노스 2200과 하이엔드급의 엑시노스 1200의 출시로 내년 출하량이 2억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AMD가 협업한 신형 엑시노스는 초기 벤치마크 성능이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앞지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2년 삼성전자의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물론 중가 라인업으로 탑재 비중을 확대하고, 중화권 수요도 늘면서 올해보다 엑시노스 출하량이 4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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