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人 열전] 장석봉 GS건설 아텍그룹 건축주택마케팅팀 책임 인터뷰 | "이제는 건설 회사도 삽 대신 메타버스·AI"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청소와 세탁 서비스를 예약한다. 오후에는 정해진 시간에 아이돌봄 서비스 선생님이 방문하도록 하고, 단지 내 영화관에 영화 보러 갈 수도 있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펫케어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다.”
장석봉 GS건설 아텍(Artech)그룹 건축주택마케팅팀 책임은 8월 2일 인터뷰에서 ‘프롭테크’가 만든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부동산 서비스를 뜻한다. 프롭테크를 활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아파트 단지 내 각종 편의 서비스도 예약할 수 있다. 장 책임은 “프롭테크가 적용 안 된 기존 입주 단지에서도 서비스를 도입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IT 기반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설회사에서 IT를 다룬다니 이례적이다
“2018년에 신사업부에서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프롭테크를 다루는 ‘스페이스팀’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주택과 관련된 상품 기획력을 키우자는 의도에서 건축팀과 마케팅팀, 디자인팀, 설계팀 등을 묶어 상품 기획 전담 조직인 ‘아텍그룹’을 만들었다. 이 팀에서 상품 기획과 프롭테크 분야도 담당하게 됐다. 스페이스팀이 꾸려졌을 당시 IT를 조금 안다는 이유로 합류했다. 원래 대학원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는데 IT 분야에 관심이 많아 스마트 커뮤니티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회사에서도 이걸 알고 이 팀으로 보냈다. 이후 아텍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IT를 아파트에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프롭테크 서비스가 실생활에 어떻게 구현되나
“프롭테크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로 ‘자이안비(XIAN vie)’를 들 수 있다. 자이안비는 아파트 생활 전반을 관장하는 커뮤니티 통합 IT 시스템이다. 자이안비를 이용하면 아파트 분양에서부터 입주, 생활하는 데까지 필요한 것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입주할 때는 잔금 처리, 하자보수 신청, 하자보수 관리·감독 등에 활용된다. 예전에는 하자보수를 신청할 때 종이에 내역을 기입하고 이를 전산에 입력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자이안비를 활용하면 소유주가 직접 하자보수를 신청하고 처리 과정과 결과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컨시어지 서비스도 적용했다. 입주민들은 청소나 세탁, 펫케어, 다이닝, 아이돌봄 서비스 등 12개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프롭테크 서비스는 신축 아파트에서만 받을 수 있나
“기존 입주 단지에서도 서비스를 도입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안산 그랑시티자이 2차 입주자대표위원회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들이 자이안비를 도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새로 자이안비 서비스를 도입하려면 관리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설사업관리(PM) 업체를 만나야 하고, 서비스에 참여하는 업체들과도 협의해야 해 번거롭긴 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요청이 들어오면 최대한 다 바꿔드리려고 하고 있다.”
이런 첨단 기술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고급화를 위해 IT를 연결하려고 하면 예상치 못한 반발이 생기는 때가 있다. 분담금을 늘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차량공유 시스템 ‘모빌리’를 넣으려고 했을 때 불만이 좀 있었다. 모빌리는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에 도입한 차량공유 서비스다. 신축 아파트는 통상 1가구당 1.5대씩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 공간을 만드는데, 모빌리를 적용하려면 입주민들의 주차 공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어 반대가 심했다. 앞으로 공유차가 실생활에서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60대가 퇴직 후에 자차를 보유하고 있으면 의료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그 얘기를 꺼냈더니 조합원들도 ‘어, 나도 그거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애들한테 차 안 빌려도 되는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궁극적으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나아가려고 한다. AI를 활용, 온도나 조명과 같은 공간 환경도 입주민에게 맞추려고 한다. 침실에서는 수면에 적합한 환경에 맞춰 온도와 조명을 낮추는 식으로 자동화했다. 2019년에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도입했다. 고객이 어떤 통신사를 이용하든지 플랫폼에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세종 ‘자이 더 시티’에 입주한 주민이 SK텔레콤을 사용하든 KT를 사용하든 플랫폼이 반응하게끔 만들었다. GS건설에는 예전부터 ‘디자인은 세련되게, 서비스는 첨단으로’라는 사업 철학이 있었다. 2002년에 홈네트워크를 업계 최초로 론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건설에 IT 접목 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빌딩정보모델링(BIM)과 안전관리 부문에 적용된 사례가 있다. BIM은 공정이 복잡한 경우 3차원(3D)으로 집을 먼저 지어보는 기술이다. BIM팀에서 건물을 지을 때 배관이 지나가는 자리나 콘크리트 양 등을 미리 지어보고 문제점을 파악한다. 하나은행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BIM을 써서 건축 비용을 줄였다. 현장 안전관리 부문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 여럿 있다. 주로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다. CCTV가 공사 현장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면, AI가 안전모나 안전벨트를 장착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 그 사람이 있는 구역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알람을 준다. 사고 위험이 큰 지역은 위험 지역으로 설정해 관리를 강화한다.”
프롭테크 산업의 또 다른 흐름이 있다면
“최근 만나는 업체들 중에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적용을 생각하는 것을 많이 봤다. 메타버스는 모델하우스 전시에서부터 다중 소통·접속에도 활용할 수 있다. 3D프린팅에 관심을 갖는 업체도 있다. 사실 아직 우리나라가 부족한 것이 이 부분이다. 중국·네덜란드는 5층 이상 건물도 3D프린터로 짓고 있는데, 그런 쪽이 프롭테크의 연장선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파트에 로봇을 넣고 싶다. 다른 회사들처럼 맛보기식으로 1~2대만 넣는 게 아니라, 동마다 배치시키고 택배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전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로봇이 내장된 아파트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런데 규제 때문에 쉽지가 않다. 분양가 상한제가 대표적인 예다. 아파트 평준화를 계속 요구한다. 평준화된 시장에서 로봇 같은 고가의 서비스를 넣는 게 쉽지는 않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로봇을 개별 가구에 옵션으로 선택하도록 할 수는 없다. 규제에 막혀 지금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게 많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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