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칼럼] 기업에 대한 국정감사,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2021. 9. 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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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前무역협회장

10월 1일부터 3주간 계속되는 금년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흔히 빅테크로 불리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위 국감기간에 젊은 취업지망생들이 요즘 가장 선호하는 취업희망 기업체의 대명사인 '네카라쿠배', 즉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 등 빅테크 기업의 대표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 크게 손을 보려고 벼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네이버와 더불어 거래대상 중소,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행위를 한 죄목(?)으로 이미 정부 여당의 괘씸죄에 걸려 톡톡히 손보기를 당하고 있고 엄청난 주가의 하락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나름으로 대안을 제시해 정부 여당 특히 여당의 노여움을 풀어 보려고 안간힘을 써왔지만, 별로 약효가 안 먹히던 차에 국감을 맞아 크게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대표는 3주간의 이 국감이 끝날 때까지는 아마도 그의 다른 모든 주요 업무는 올 스톱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되었다. 국정감사는 문자 그대로 국가기관의 모든 국정활동을 감사의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그 많고 주요한 국정책임자들 보다 국정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활동, 이미 관련법에 의거 관련 정부기관의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그 기업의 대표자들이 오히려 국감의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는 현상이 과연 정상인가?

우리 정부와 여당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전연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흔히 대한민국 국회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의회'로 불린다. 국회와 의원들의 행태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부분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제도적으로도 우리 국회는 지구상 어떤 나라의 의회도 갖고 있지 않는 막강한 권한, 즉 국정감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그 스스로는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존재가 돼 있다. 87년의 현행 헌법으로의 개정 시 기존의 국정조사권에 대하여 국정감사권까지 우리 국회는 거머쥐게 되었다.

그간 국회의 이러한 국정감사권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행태적인 것에서 부터 제도적 측면에서 국정감사의 존재의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지면의 제약으로 이 글에서는 주제와 관련하여 증인 채택 대상과 관련된 문제만 주로 제기하려고 한다. 국정의 감사인데도 그 대상을 전적인 사적 기관의 관계자나 기업인들도 거의 무제한하게 증인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법률적 측면에서 요구되는 증인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람도 무분별하게 그것도 참고인도 아니고 증인으로 채택함으로써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영업활동을 저해하거나 증인 채택과 이후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 현상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국회의 증인 채택의 근거법인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고 본다.

언론은 벌써부터 금년도 국정감사를 '네카라쿠배 국감'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국감이 초래할 국민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계량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침 중국은 시진핑이 장기집권 의도를 드러내면서 '공동부유'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추가 규제와 거액의 기부 강요 등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세계는 중국의 정치, 경제가 과거 '마오(毛)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 향방까지 의심하면서 주목하고 있다. 유사한 문제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나 국회의 방향이 중국이 취하는 방식이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장기적으로 시장으로 돌아가서 시장원리에 의해 즉 경쟁의 추가적 도입과 소비자 선택원리의 확대에 의해 문제가 있다면 이를 풀어야 할 것이고 기업에 대한 팔 비틀기나 규제의 강화, 법상 의무 없는 부담을 지워 해결하려고 한다면 점점 더 진흙탕에 빠져들어 갈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국정감사 제도 자체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우선 기업과 기업인을 국정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부터 근본적으로 재고돼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는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선구자 미제스(L. von Mises)가 그의 명저 '경제적 자유주의와 간섭주의'에서 이야기한 다음의 경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실수를 범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는 것보다 거대정부가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 훨씬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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