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억지 상생'] 애플 R&D센터·구글 스타트업 지원.. 국감증인 압박에 '생색내기'

김나인 입력 2021. 9. 27. 19:34 수정 2021. 9. 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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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한국 첫 개발자 아카데미
제조업 R&D센터 내년 포항 개소
구글, 글로벌인재·프로그램 기반
맞춤화 교육 액셀러레이터 시행
전문가 "진정성 있게 투자하려면
금액·고용 규모 낱낱이 밝혀야"
내년 포항의 포스텍에 개소하는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와 제조업 R&D 지원센터 이미지. 애플 제공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이미지. 구글 제공

애플·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생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상생 행보는 '플랫폼 국감'을 목전에 두고 있고, '구글갑질 방지법' 국회 처리 등으로 이들 업체들에 대한 규제장치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장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들 기업의 지사장이나 임원들이 줄줄이 호출된 상황에서, 당장 분위기 반전을 위한 '생색내기'식 이벤트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애플은 27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 손잡고 한국의 첫 번째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와 애플 최초의 제조업 R&D(연구·개발) 지원센터를 내년에 개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애플이 제조업 관련 R&D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은 9개월 과정으로 200여명의 개발자를 양성할 전망이다. 아울러 애플의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전국의 제조 중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최신 스마트 기술과 친환경 기술에 대한 최첨단 트레이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윤구 애플코리아 제너럴 매니저는 "애플은 한국에서 함께 해온 오랜 역사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며, 미래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게 될 의미 있는 투자를 확장하게 됐다"며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와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한국 개발자와 기업가, 학생들에게 핵심적인 기술과 지식을 공유해 국가적인 경제적 기회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국내에 진출한지 15년이 넘는 시점에서 나온 갑작스런 상생 행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에서의 상생 행보는 애플 뿐만이 아니다. 특히 내달 1일 국회 국정감사가 임박하면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상생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구글코리아 또한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처음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에 구글의 기술과 제품, 글로벌 인재 및 프로그램 등을 기반으로 맞춤화 교육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글은 앞서 지난 15일에도 2006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구글 포 코리아' 행사를 열고 "구글은 한국에서 10조5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으며, 약 5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점유율 40%에 달하는 넷플릭스 또한 돌연 'K-콘텐츠'를 만든 국내 창작 생태계와 넷플릭스의 동반 성장을 조명하는 행사를 29일 개최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로 국내 콘텐츠 업계와 상생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상생안'을 들고 나선 이유는, 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방위 규제조치와 맥을 같이한다. 이들 기업들은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 도입, 망 무임승차 등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애플의 R&D 지원센터 개소 투자 또한 애플의 '광고비 갑질'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동의의결에 제시된 상생방안의 일환이다. 애플은 지난 2016년부터 국내 이동통신사에 연간 200억원~300억원에 달하는 아이폰 광고 및 무상수리 비용을 떠 넘기는 '광고비 갑질'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이에 애플은 동의의결을 신청해 유상 수리비 할인, 개발자 아카데미 설립 등 총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말에는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원천 차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세계 최초로 처리돼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넷플릭스 또한 수 년째 '망 사용료' 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항소를 준비중이다.

이같은 갑질행위와 불공정 논란으로 이들 기업의 한국 지사장과 임원들은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장,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이 대거 증인으로 포함됐다.

김연학 서강대 경영기술대학원 교수는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은 망사용료 및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인앱결제 강요 등으로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면서 "한국을 포함해 유럽 등 이들 기업에 반발이 심한 나라를 대상으로 방어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상생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진정성 있게 현지에서 투자를 하려면 투자액과 고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인·유선희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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