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은 '전화 금융사기', 스타트업은 '새싹기업'

김지윤 2021. 9.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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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연재ㅣ쉬운 우리말 쓰기
미디어 속 우리말 ②

인덱스 펀드는 '지수 연동형 기금'
레몬마켓은 '정보 불균형 시장'
론칭쇼는 '신제품 발표회'로..
리유저블 컵은 '개인용 컵'
컬래버는 '협업'으로 쉽게 바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피해의 심각성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사기 전화’ ‘전화 금융사기’로 쉽게 바꿔 쓰면 어떨까. 스미싱(smishing)은 문자(SMS)와 피싱의 합성어로 ‘문자 결제 사기’나 ‘문자 사기’로 바꿀 수 있겠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제·금융 용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수록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짤 수 있게 된다. 오늘 ‘미디어 속 우리말’에서는 경제 뉴스 관련 용어를 살펴보려 한다.

경제 분야는 국적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도 없기에 영어로 된 표현이 더욱 많다. 낯선 용어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과 여러 자료를 찾아보는 데 들어가는 시간 낭비, 즉 ‘언어비용’을 줄여보자는 뜻에서 쉬운 우리말 표현을 찾아봤다.

국어문화원연합회 누리집(kplain.kr)의 ‘쉬운 우리말 사전’ 항목에 들어가면 경제 용어 등을 비롯한 어려운 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나와 있다.

‘스톡옵션’의 쉬운 말은?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아무개 최고경영자(CEO)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큰 평가차익을 남겼습니다.”

한 경제 매체의 보도에서 나온 말이다. ‘스톡옵션’(stock option)은 주식(stock)과 선택권(option)이 합해진 말로 경제 기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지만 한 번에 그 뜻이 와닿지는 않는다. 국립국어원은 스톡옵션의 다듬은 말로 ‘주식 매수 선택권’을 권한다. ‘주식 매수 선택권’은 기업에서 임직원에게 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기간 안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상품은 에스앤피(S&P) 수익률 추종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 펀드입니다.” 경제 뉴스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인덱스(index)란 ‘색인’ ‘목록’, 즉 ‘찾아보기’라는 뜻이다. 경제계에서는 ‘지수’로 풀이되는 말이다. 펀드(fund)는 ‘기금’이나 ‘자금’을 말한다. 정리하자면 인덱스 펀드는 ‘지수 연동형 기금’이다.

‘에스앤피’는 그 자체로 쉽게 알아듣기 힘든 말이다. ‘에스앤피(미국 대형주 측정지표)’처럼 괄호를 사용해 풀어 써주면 사람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듯하다. 위의 예문에서 ‘수익률 추종을 목표로 하는’이라는 구절은 ‘수익률을 따르는’으로 간결하게 고칠 수 있겠다.

‘리테일’은 ‘소매금융’으로

“한 금융사가 리테일금융에서 투자금융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경제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 가운데 ‘리테일’(retail)이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등 유통업을 주로 하는 기업 이름에 ‘리테일’이 들어간다.

리테일의 사전적 의미는 ‘소매’ ‘팔리다’인데 국립국어원은 리테일의 쉬운 우리말로 ‘소매’ ‘소매금융’을 꼽았다. 개인을 상대로 하는 금융 업무이기 때문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 증권을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투자금융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소매금융’이라는 말이 조금 더 쉽게 와닿는다. 리테일 스토어(retail store)의 경우 ‘소매점’으로 순화할 수 있겠다.

다만 여기 예문에서도 어색한 표현이 있다.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는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거두다’보다 ‘창출하다’가 더 격식을 갖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한 ‘쉬운 한국어 쓰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 기사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말 중에 ‘레몬마켓’(lemon market)도 있다. 레몬마켓은 소비자가 판매자보다 제품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적어서, 물건을 속아 살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말한다. 레몬은 오렌지와 달리 시고 맛없는 과일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미국 속어로 불량품을 뜻한다. 레몬마켓은 주로 저가의 중고차 시장을 말하는데, 중고차 판매자(딜러)는 자동차의 결점을 잘 알고 있지만 구매자는 차의 겉모양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이른다. 국립국어원은 레몬마켓의 쉬운 우리말 대체어로 ‘정보 불균형 시장’을 선정했다. 레몬마켓의 반대 개념인 ‘우량 중고차 시장’은 피치(peach)마켓, 즉 복숭아 마켓이라고 한다.

홈코노미는 ‘재택 경제 활동’

경제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스타트업’(start-up)이다. 스타트업은 ‘새싹기업’ 또는 ‘창업 초기 기업’으로 바꾸니 그 뜻과 기업의 성격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 캠페인 론칭’ ‘○○○ 론칭쇼’ 등의 보도에서 쓰인 론칭(launching)을 보자. 론칭은 (배의) 진수, (로켓·위성 따위의) 발사, 개업, 신규 발간 등을 뜻하는 영단어다. 론칭은 ‘연다’ ‘시작한다’로 바꿔보면 어떨까. 어떤 제품이나 상표의 공식적인 출시를 알리는 행사를 뜻하는 말로 론칭쇼(launching show)를 종종 쓰는데 국립국어원은 론칭쇼의 다듬은 말로 ‘신제품 발표회’를 선정했다.

기업 관련 기사와 문화·연예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콜라보’(collaboration)는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작업하는 일을 말한다. 규범 표기는 ‘컬래버’이다. 컬래버는 ‘협업’ ‘함께’로 바꿔 쓸 수 있겠다.

코로나19로 경제와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홈코노미’라는 말도 생겼다.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주로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홈족’(home族)들의 소비를 겨냥한 경제를 일컫는 말이다. ‘재택 경제 활동’으로 쉽게 바꿔 쓸 수 있겠다.

‘오티피’는 이렇게 써볼까

휴대폰으로 돈을 이체할 때 꼭 필요한 게 비밀번호다. 자신이 쓰는 고정적인 비밀번호 외에 보안을 위해 그때그때 만들어서 입력하는 별도의 비밀번호 카드가 있다. 흔히 오티피 카드로 알려져 있다.

오티피는 ‘원 타임 패스워드’(one time password)의 약자다. 영어 약자를 풀어내니 무슨 뜻인지 바로 알겠다. 다만 모바일 금융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의 경우 카페나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무인 주문기)를 만난 것처럼 당황스러운 말일 수 있다. 오티피 카드는 ‘1회용 비밀번호 카드’라고 바꿔 부르면 그 카드의 쓰임새와 뜻을 더욱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편할 듯하다.

경제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말들이 많이 보인다. 이제는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 뜻을 모두 알고 있는 ‘갭 투자’라는 말도 ㈔국어문화원연합회의 권고에 따라 ‘시세차익 투자’로 바꿔 쓰면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사용 금액의 일부분을 되돌려 받는 ‘캐시백’(cash back)의 쉬운 우리말은 ‘적립금 환급’ ‘적립금’이다. 환경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리유저블 컵’ 사용 캠페인도 늘어나고 있는데 국립국어원은 리유저블 컵을 대체할 말로 ‘다회용 컵’을 권장한다.

다만 김형주 교수(상명대 국어문화원)는 “이미 ‘일회용 컵’을 대체하는 말로 ‘다회용 컵’보다는 ‘개인용 컵’과 ‘휴대용 컵’이 널리 쓰이고 있다”며 “순화어도 일종의 번역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활자 번역보다 문화 번역이 필요하다. ‘리유저블 컵’의 경우 더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느낌이 드는 ‘개인용 컵’이나 ‘휴대용 컵’으로 대체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스미싱’은 ‘문자 결제 사기’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79개사의 보이스 피싱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라는 경제 기사에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보이스는 목소리 등 음성을 뜻하고 피싱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사기수법’을 말한다.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가 주로 어르신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심각성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사기 전화’ ‘전화 금융사기’로 쉽게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이스 피싱만큼 많은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는 스미싱(smishing)은 문자(SMS)와 피싱의 합성어로 ‘문자 결제 사기’나 ‘문자 사기’로 바꿀 수 있겠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교수 김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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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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