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 더비 완패' 토트넘, 중원 구성부터 문제였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9. 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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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트넘, 아스널전 1-3 패
▲ 토트넘, 전반전 알리-은돔벨레-호이비에르 중원 구성
▲ 토트넘, 전반전에만 3실점. 점유율 46%
▲ 토트넘,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알리 빼고 스킵 투입
▲ 토트넘, 후반전 점유율 62%

[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트넘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전반전 내내 중원 싸움에서부터 밀리는 문제를 노출하며 3실점과 함께 일찌감치 무너지고 말았다.

토트넘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6라운드에서 1-3으로 완패를 당했다. 토트넘은 시즌 개막 후 3연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이후 크리스탈 팰리스전 0-3 패배와 첼시전 0-3 패배에 이어 아스널전에서도 3실점으로 패하며 런던 라이벌전 3연패와 함께 11위로 내려앉았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해리 케인이 중앙 최전방에 위치했고,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가 좌우에 포진하면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중심으로 탕기 은돔벨레와 델리 알리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다. 세르히오 레길론과 자펫 탕강가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다빈손 산체스와 에릭 다이어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우고 요리스 골키퍼가 지켰다.


중원 구성 자체가 문제였다. 알리와 은돔벨레는 모두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미드필더들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전진하면서 중원에 호이비에르 홀로 남는 현상들이 발생했다. 이 빈 공간을 아스널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 3인방인 에밀 스미스 로우와 마르틴 외데고르, 부카요 사카가 공략하면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을 만들어나갔다.

특히 은돔벨레는 지나치게 자주 측면으로 빠졌을 뿐 아니라 왼쪽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과 동일한 위치까지 올라갔다. 실제 평균 위치를 보면 손흥민과 겹쳐서 있는 은돔벨레를 확인할 수 있다(하단 그래프 참조). 당연히 토트넘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46대54로 열세를 보였다. 게다가 중원에 선수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롱볼 축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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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아스널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11분경 수비 진영에서 롱볼을 보낸 걸 아스널 수비수 벤 화이트가 헤딩으로 걷어냈고, 이를 수비형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가 원터치 패스로 내주었다. 이를 받은 외데고르가 측면으로 패스를 연결했고, 사카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스미스 로우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아스널은 27분경, 역습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스미스 로우가 측면을 파고 들다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연결한 걸 오바메양이 논스톱 슈팅으로 추가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이어서 34분경에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의 가로채기에서 시작된 역습 찬스에서 자카의 패스를 받은 스미스 로우가 측면으로 길게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사카가 중앙으로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다 케인의 태클에 저지되긴 했으나 바로 루즈볼을 잡아선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와 함께 전반전에만 3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는 데 성공한 아스널이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알리와 탕강가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올리버 스킵과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 에메르송 로얄을 교체 출전시키며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감행했다. 후반 25분경엔 은돔벨레 대신 측면 공격수 브라이언 힐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한 토트넘이다.


스킵과 힐 투입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스킵이 들어오자 토트넘 중원은 수비적으로 안정감을 찾았고, 경기의 지배력을 높여가면서 후반전 점유율에서 62대38로 크게 우위를 점했다. 게다가 힐이 들어오면서 공격도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은 후반 33분경, 힐의 전진 패스에 이은 레길론의 땅볼 크로스를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뒤늦은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막판 모우라의 중거리 슈팅이 아스널 골키퍼 애런 램스데일 손끝을 스치고선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이 있었고, 이대로 토트넘은 1-3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이 경기에서 알리와 은돔벨레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이어와 산체스는 볼경합 승률에서 20%와 16.7%라는 처참한 기록을 올리며 아스널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문제를 노출했다. '주포' 케인은 후반 17분경에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탕강가와 레길론도 시종일관 아스널 좌우 날개 스미스 로우와 사카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에선 손흥민 만이 유일하게 제 몫을 했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이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은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문제였다면 토트넘 중원은 구성의 문제였기에 지적할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애당초 은돔벨레나 알리가 아닌 스킵이 선발로 나왔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지 몰라도 적어도 이렇게 대량 실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 유력하다.

원래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신임 감독은 발렌시아 시절부터 울버햄튼 원더러스 감독을 지도하면서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이로 인해 공격 면에선 답답하지만 적어도 실점을 많이 허용하지는 않았다. 특히 울버햄튼 시절엔 선수비 후역습을 바탕으로 유난히 강팀에게 강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토트넘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와의 개막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강팀 킬러로서의 모습을 이어오는 듯싶었다. 하지만 수비적인 전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첼시전을 시작으로 원래 방출 대상이었던 은돔벨레를 쓰다가 도리어 수비까지 무너지면서 3경기 연속 3실점 3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토트넘이 PL에서 3경기 연속 3실점 이상을 허용한 건 2003년 9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어차피 공격 축구 해도 안 될 거라면 본인이 잘하는 수비 축구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애당초 누누 선임 자체가 문제가 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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