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자율주행 플랫폼도 美 독식, 기술 종속 우려

자동차硏 플래포머 보고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지배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고성능 차량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미국 거대 기업들이 미래자동차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관련기업의 기술종속이 우려된다. 이들 미국 기업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에 라이선싱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협력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대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27일 발표한 '미래차 전환, 플래포머의 부각과 시사점'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화 및 플랫폼을 갖춘 미국 자동차 및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플래포머'(Platformer)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전기차 선두 메이커 테슬라는 칩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한 새로운 차원의 성능과 확장성을 갖는 인공지능(AI) 컴퓨팅 플랫폼 'Dojo'를 구축했다.

퀄컴은 지난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율주행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공개한 데 이어 자율주행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또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시리즈를 2015년 출시했으며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생태계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도 기술 내재화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 'M1'칩을 탑재, 인텔 의존도를 탈피했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카에 적용 예정인 'C1'칩을 개발 중이다.

아마존은 엔비디아에서 납품받던 칩을 자체 칩 '인퍼런시아'로 대체했고, 독자 개발 CPU '그래비톤'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칩을 확보했다. 구글 역시 자체 개발한 '구글 텐서'칩을 자사 스마트폰 픽셀6에 장착, 퀄컴 의존도를 줄였다. 자회사 웨이모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해 자율주행 칩을 개발하고 있다. NXP, 인피니온,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기존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도 독자역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업계의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오트론 등 소프트웨어 관계사를 합병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개발역량 확보에 나서는 등 공급망 다변화 및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운영체제 관련 역량이 취약해 대부분 해외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이동 중 공간과 시간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이동성 융합서비스 신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도 이동성 산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에 막혀 부품 및 시스템 개발과 이동성 서비스 활성화에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차 기술이 정부가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목록에서 빠진 것도 큰 문제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기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