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 귀족노조가 혜택 독식..비정규직·하도급 노동자 소외 심화

세종=양종곤 기자 2021. 9. 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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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근로자가 주축이 된 거대 노조가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자"며 파업 구호를 외치는 상황에 대한 노동학계의 지적이다.

구시대 유물이 돼버린 국내 노동법의 대표적 문제점 중 하나는 거대 기득권 노조의 모순된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보다 더 많이 벌고 처우가 나은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주도해 '귀족 노조'라는 말까지 생겼다.

정부는 노동법 탓만 하며 강성 노조를 방치하고 정치 파업에도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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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유물법 이제는 바꿔야]
■ '그들만의 리그' 된 노동운동
거대 노조, 밥그릇 챙기기 매몰
다수 비노조원 사각지대 내몰려
정부는 노동법 핑계 대며 방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종로3가에서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연봉 1억 원이 넘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노동법의 ‘혜택’을 오롯이 누리는 게 과연 맞습니까?”

대기업 근로자가 주축이 된 거대 노조가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자”며 파업 구호를 외치는 상황에 대한 노동학계의 지적이다. 구시대 유물이 돼버린 국내 노동법의 대표적 문제점 중 하나는 거대 기득권 노조의 모순된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노조법은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 제조업 중심의 기득권 노조가 혜택을 누리고 똑같이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는 비노조원 신분으로 사각지대에 머무는 기형적인 구조다.

국내 노동법은 노동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별노조가 허용되고 해고를 원천적으로 막았다. 해외와 달리 파업 시 대체근로 투입, 직장 점거 해산도 제한한다. 그 결과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총 조합원 수는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자동차·철강·운수 등 곳곳에서 발생하는 파업은 불법의 경계까지 넘나든다. 노사정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 중인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110만 명이 모이는 정치 파업 성격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하지만 노조 조직률은 2000년대 이후 10%대로 대기업이거나 공공 부문이 주축이다. 노동시장도 대기업과 기타 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 차이가 큰 이중구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대다수 중소기업 노조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노동자보다 더 많이 벌고 처우가 나은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주도해 ‘귀족 노조’라는 말까지 생겼다. 대기업 노조가 파업으로 더 많은 혜택을 얻을수록 하도급과 비정규직이 소외되는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도 공고해진다. 정부는 노동법 탓만 하며 강성 노조를 방치하고 정치 파업에도 속수무책이다.

올해 대기업 사무직군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 노조가 잇따라 등장한 배경도 기성 노조의 행보에 대한 반발과 무관하지 않다. MZ세대 노조는 기성 노조가 요구한 연공제의 강화가 아니라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 구호나 기존 노조가 조직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정파 투쟁을 지양한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노사 관계는 오랜 기간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과 달리 노조의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전혀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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