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데뷔부터 대박 난 '펜트하우스' 최예빈 "부담감도 내가 극복할 숙제"

강선애 입력 2021. 9. 27. 17:21 수정 2021. 9. 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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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최예빈(23)은 알지 못해도 '하은별'이란 이름이 익숙한 시청자는 많다. 지난해 첫 시즌 방영을 시작해 최근 시즌3로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하은별은 천서진(김소연 분)과 하윤철(윤종훈 분)의 딸이었다. '펜트하우스'가 워낙 큰 인기를 끌었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화제를 모았던 만큼, 많은 시청자가 하은별의 이름을 기억한다.

수많은 작품과 신인 배우들이 쏟아지는 연예계에서, 단번에 대중의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최예빈은 데뷔작부터 초대박을 쳤다. 최예빈이란 이름까지는 몰라도, '하은별' 역할을 연기한 이 배우의 얼굴은 대중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그것만으로도, 신인 배우에게는 큰 행운이자 축복이다.

▲ 데뷔작부터 큰 주목 감사…부담감도 잘 극복해 나가야죠

최예빈은 지난 2019년 말에 오디션을 봐서 '펜트하우스'에 캐스팅됐고, 지난해 1월부터 성악을 전공하는 하은별 역할에 맞춰 성악 레슨을 시작했다. '펜트하우스' 시즌3가 지난 10일 종영했으니, 무려 1년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이 한 작품에 매달려 온 셈이다.

"오랫동안 해온 작품이라 확실히 정이 많이 들었죠. 작품과도, 같이 일한 스태프들과도 정이 들어 끝내려니 굉장히 아쉬워요. 시원 섭섭한데, 시원보단 섭섭한 마음이 더 커요."

최예빈은 '펜트하우스'로 데뷔한 완전 신인이라,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이전에 오디션을 많이 경험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앞서 탈락했던 오디션들과 달리 '펜트하우스' 오디션에서는 마음을 내려놓았던 게 도움이 됐다.

"전에 봤던 오디션들은 '이걸 꼭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더 긴장했었는데, '펜트하우스' 오디션에는 '그래, 내가 앞으로 오디션 100번은 볼 테고 그중 하나일 뿐이니, 마음을 내려놓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합격할 거란 생각을 안 하고 편하게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했죠. 후회가 남지 않은 오디션 중 하나였는데, 그게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더라고요. 기대를 안 했는데 합격해 신기하기도, 감사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맡게 된 '펜트하우스'의 하은별은 최예빈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마침내 데뷔해 최예빈이란 배우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드라마의 인기에 힘 입어 큰 사랑도 받았다. 데뷔작부터 주목을 받아 한없이 기쁘지만, 갑자기 쏟아진 관심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최예빈은 긍정적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고 준비해왔기에, 이렇게 주목해 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잘 알고 있어요. 그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조차 저 스스로 하나씩 극복해나갈 숙제라 생각해요. 그래서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제게 주어지는 숙제들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고슴도치 같았던 은별이, 굉장히 외로운 인물

'펜트하우스' 세 시즌이 흐르는 동안, 하은별은 중학교 3학년의 나이로 시작해 고등학생을 거쳐 대학생이 된다. '펜트하우스' 특유의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마라맛 전개 속에서, 최예빈은 하은별의 성장을 그려내야 했다.

"중3부터 성장하는 하은별의 시간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외적인 부분에서 처음에는 앞머리를 자르며 어린 학생처럼 보이려 했고, 하은별이 크면서는 엄마 천서진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을 따라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감독님이 중3으로 시작하니 학생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하셔서 그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저도 생각해보면, 중학생 때와 고등학생 때는 1년 차이도 크게 달랐던 거 같더라고요. 중학생 때 은별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표현이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고,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될수록 억지로 웃거나 표현을 줄이면서 내면을 숨길 줄도 아는 은별이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하은별의 외적 변화 중 세밀한 계산이 들어갔던 부분이 있다. 하은별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행동이다. 하은별을 성대모사하는 사람들이 꼭 따라 하며 하은별을 대표하는 버릇이 된 이 동작은, 시즌2에 와서 긴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으로 바뀌었다.

"은별이가 머리를 넘긴다는 건 시즌1 지문에 있었어요. 그걸 감독님께서 '은별이의 시그니처로 만들어보자' 하시더라고요. 그때 머리가 짧아 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동작이 탄생했는데, 그게 시즌2에서는 귀 뒤로 넘기지 않고 머리 끝을 만지작거리는 소심한 행동으로 바뀌었어요. 천서진 역할의 김소연 선배님께서 애드리브로 '은별이, 머리 넘기지 마'라며 혼낸 적이 있는데, 천서진이라면 딸의 그런 버릇도 제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3 정도의 큰 은별이라면, 엄마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넘기지는 못할 거 같아서, 대신 아래쪽에서 머리카락 끝을 만지는 작은 행동으로 표현해봤어요."

엄마의 비뚤어진 모성애와 훈육 속에, 뭐든 최고만을 욕심 내다가 결국 악행을 저지르고 엄마처럼 '작은 악녀'가 되어버린 하은별. 최예빈은 하은별이 진짜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외로운 인물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전 은별이가 고슴도치 같았어요. 자신을 보호하려고 가시가 돋아 있는데, 그 가시가 엄청 아프진 않았죠. 엄마의 높은 위상에 기대어, 정작 본인의 실력은 미치지 못하는데 1등이 되려 욕심만 냈어요. 항상 2인자였는데 말이에요. 그런 압박감과 부담감에 스스로를 보호하려 가시를 돋고 산 거 같아요. 또 은별이는 굉장히 외로운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친구들과도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가식적으로 대했죠. 가족 안에서도 공허했고요. 은별이는 진짜 사랑을 느끼지 못 했던 거 같아요."

▲ 연기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자양분으로

대중의 평가는 언제나 냉정하다. '펜트하우스'로 처음 본 최예빈의 연기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평가가 이어졌다. 초반에는 하은별의 부릅뜬 눈이나 과한 표정이 부자연스럽다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었다. 신인인 최예빈에게는 대중의 칭찬도 비판도 모두 낯선 경험이고, 당연히 당근보다는 채찍이 더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도 최예빈의 '긍정 마인드'가 튀어나왔다.

"앞으로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렇구나', '시청자 분들이 이렇게 보시는구나' 했죠. 은별이가 풀어나가야 할 서사가 남아있기에, 그걸 시청자 분들이 나중에 보시면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이런 부분은 내가 고쳐야겠다', '이건 더 신경 써야겠다', 생각할 수 있는 좋은 피드백으로 여겼어요."

다행히 초반 최예빈에게 냉정했던 대중의 평가는 '펜트하우스' 전개가 흘러갈수록 이해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은별의 불안정한 심리에 최예빈의 표현법이 어울린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시청자 분들이 주신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가 더 발전하고, 스스로 고민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려했는데, 점점 은별이의 서사로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나서 좋았어요. 제 SNS로 많은 분들이 '은별아 힘내', '은별이 파이팅'이라고 응원해주셨는데, 그런 한 분 한 분의 응원이 쌓여서 제게 큰 힘이 됐어요."

첫 직장에서 만난 좋은 선배는 평생 잊지 못할 은인으로 남는다. '펜트하우스'가 최예빈의 첫 직장이라면, 모녀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김소연은 평생 기억에 남을 좋은 사수다.

"김소연 선배님이랑 같이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행운이었어요. 선배님은 저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며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에너지도 많이 주셨는데, 그런 선배님의 에너지를 받아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카메라가 익숙지 않아 시선 잡기가 어려웠는데, 선배님이 연기하면서도 제 시선을 잡아주시려 세심하게 챙겨주셨죠. 연기적인 거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스태프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다 보고 배울 점이었어요. 선배님과 같이 한 모든 게 감사했고 영광이었어요."

'펜트하우스 키즈들'로 오랜 시간 연기 호흡을 맞춘 또래 배우들과도 돈독한 친분이 쌓였다. 최예빈은 밝은 미소로 눈을 빛내며 함께 연기한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배로나 역을 연기한 (김)현수한테는 미안한 게 많아요. 로나랑 은별이랑 머리채를 잡고 싸우거나 하는 액션신이 많아 때리는 촬영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서로 배려하며 싸우는 것도 화목하게 찍으려 했어요.(웃음) 주석경 역 (한)지현 언니는 같은 학교 출신인데, 현장에 아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게 굉장히 든든하더라고요. 내심 언니한테 의지했어요. 주석훈 역 (김)영대 오빠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장난도 잘 치고, 툭 내뱉는 한 마디가 굉장히 웃겼어요. 이민혁 역 (이)태빈 오빠랑 제니 역 (진)지희는 초반 러브라인 때 둘이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지 짜 오고 현장에서 고민도 많이 하고, 그런 노력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현수랑 지희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온 연기 선배들인데도, 벽이 없이 대해줬어요. 현장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잘 알려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 하은별은 시작일 뿐,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 기대

최예빈은 중3 때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보다가 장희빈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그걸 연기하는 배우라는 직업에 처음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후 청소년 극단을 찾아가고, 청소년 콘테스트도 나가며 연기에 처음 발을 담갔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다시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고3 직전 진로를 정할 때, 연기를 업으로 삼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펜트하우스'의 인기와 함께 신인 최예빈의 프로필이 알려지며 '수시 6관왕'이란 이력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녀가 대학 입시 당시 수시로 단국대, 동국대, 서울예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모두 합격한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란 이야기였다. 이 정보가 맞는지 '팩트 체크'를 요청하자 최예빈은 "맞긴 하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합격한 여섯 대학교 중 현재 한예종을 다니고 있는 최예빈은 학교에서 배운 게 실제 촬영장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정말 기초가 되고 토대가 된 건 확실해요. 물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거나 동선 같은 건 조금 차이가 있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배운 것도 많아요."

'펜트하우스' 시즌3 방영과 비슷한 시기에 최예빈은 SBS '맛남의 광장'을 통해 생애 처음 예능 고정 출연에도 도전했다. '펜트하우스' 하은별의 모습과 달리, '맛남의 광장'에서 보여진 최예빈의 본모습은 잘 웃고 해맑아 더 시선을 모았다.

"'맛남의 광장'은 너무 행복한 기억이에요. 제가 원래 백종원 선생님의 팬이었는데, 같이 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맛남의 광장'을 하며 백종원 선생님이 더 좋아졌어요. 옆에서 보니 농가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진심이란 게 느껴졌고, 음식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궁금한 레시피가 있어서 여쭤보면, 쉬는 날에도 친절하게 잘 알려주세요. 자기는 맛집 정보나 레시피 알려주는 게 너무 좋으시대요. 편하게 재미있게 잘 대해주셔서 감사했죠. 다른 선배들도 다 편하게 이끌어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맛남의 광장'이 농가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짧은 시간이나마 제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됐다면 행복하고 값진 시간이 될 거 같아요."

'펜트하우스'를 마무리하며 최예빈은 "이 작품은 내게 '고향'처럼 남을 거 같다.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계속 내 안에 베이스캠프처럼 깔려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최예빈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 '펜트하우스'는 주춧돌 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강렬하게 남은 기억은 잊혀지기 어렵다. 신인 배우 최예빈에게 하은별은 많은 걸 가져다준 고마운 캐릭터지만, 너무 강하게 아로새긴 이미지가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하은별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은 최예빈. 그런데 최예빈은 이 부분에 대해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앞섰다.

"은별이는 저랑 많이 다른 캐릭터였는데, 다음엔 저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찍었던 독립영화, 단편영화들을 보면, 은별이와 전혀 달라요. 제가 밝은 연기를 보여드리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궁금해요. 궁극적으로는, 연기를 잘하고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력 있는 배우가 돼서 다음 작품도 시청자 분들이 궁금해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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