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부엌에 밴드연습실까지..제가 알던 동사무소가 맞나요?

김광수 2021. 9. 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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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동사무소의 인기몰이
유휴 동사무소는 어린이도서관·밴드연습실·공유부엌·미술관 탈바꿈
새 동사무소엔 임대주택·육아방·돌봄센터·코인노래방·헬스장 등 입주
부산 금정구 장전1동 행정복지센터를 개조해서 만든 생활문화센터 3층 공유부엌. 20명까지 요리가 가능하다. 부산 금정구 제공

주민센터와 행정복지센터로 불리는 읍·면·동사무소는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공기관이다. 전입신고 등 생활과 밀접한 업무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는 3400여개의 읍·면·동사무소가 있는데 오래되다 보니 건물이 낡거나 인구 감소 등으로 통·폐합하는 읍·면·동사무소가 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읍·면·동사무소를 변신시키고 있다.

다른 곳에 동사무소가 옮겨가면서 쓸모가 없어진 옛 부산 금정구 장전1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4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지역 대학가 주변에 청년들을 고려해 시설을 갖췄다. 지하 1층엔 방음이 되는 밴드연습실이 있다. 드럼 등 악기가 있어서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1층엔 북카페가 있고, 3층엔 공유부엌이 있는데 조리대 10대가 갖춰져 있어서 많게는 20명이 요리를 함께 만들어 나눠 먹을 수 있다.

지난 17일 부산 금정구 장전3동 행정복지센터를 개조해서 만든 금정세대공감센터 1층 신개념 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금정구 제공

장전2동 행정복지센터와 합치는 바람에 동사무소 기능을 상실한 장전3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7월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소통 공간으로 변신했다. ’금정세대공감센터’라는 이름처럼 1층엔 어린이들이 눕거나 엎드려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2~3층엔 50·60세대들이 이모작 인생을 준비하는 ‘신중년더채움학습관’이 있다. 5층엔 간호사·영양사가 어르신들의 혈압·콜레스테롤 등을 체크해 주고 건강식단을 추천하는 건강생활지원센터가 들어섰다.

1980년대 중반까지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불렸던 울산 남구 장생포에 자리한 장생포 동사무소는 고래잡이 관련 일을 하던 주민들이 떠나면서 쓸모가 없게 되자 고래문화관에 이어 현재 작은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8월엔 울산·경남 청년작가 10명이 참여하는 특별전 ’멈추다, 나아가다’가 열렸다.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울산 지역 중견 작가 9명의 전시회 ’뭐라카노, 전시한다아이가’가 열렸다.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동 사무소는 작은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울산 남구문화원 누리집.

동사무소 안에 주민 요청으로 공간을 새로 갖춘 곳도 있다. 6월 새로 만든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주민센터 1층 민원실엔 육아방이 들어섰다. 만 5살 이하 아동과 보호자가 5가구까지 월~금요일 하루 2시간씩 이용할 수 있다. 4층엔 용산구가 직영하는 돌봄센터가 입주했다. 맞벌이·저소득층 가정의 초등학생들이 월~금요일 저녁 8시까지 머물면서 공부를 하고 특별활동을 한다. 6층엔 코인노래방과 포켓볼실이 있다.

금정구 서3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해 7월 섯골(자연마을) 생활문화센터로 거듭났다. 1층은 행정복지센터로 활용하고 2층은 4천여권의 도서와 50석 규모의 열람석이 있는 북카페로 꾸몄다. 4층에선 영화상연만 아니라 공연·전시를 할 수 있는 다목적공간이 됐다. 5층엔 밴드·춤 연습과 동아리 활동이 가능한 방 4개가 있다.

1991년 지어진 경기도 광명시 광명7동 행정복지센터는 6월 새로운 곳으로 변신했다. 1층만 민원실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2층은 주민자치센터·여성소통문화공간, 3층은 헬스장, 4층은 청소년활동센터, 5층은 나눔곳간·옥상정원으로 사용한다.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주민센터엔 전국 최초의 임대주택이 들어섰다. 구로구 제공

주민센터와 주거·상업시설이 어우러진 곳도 있다. 1981년 지어진 뒤 지난해 12월 새로 단장한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주민센터는 전국 최초의 주·상 건물로 탈바꿈했다. 1층엔 상가들이 입점했다. 2~5층엔 동사무소·경로당·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입주했다. 6~18층은 청년과 고령층이 입주하는 임대주택 180가구가 들어섰다.

주민들은 동사무소들의 변신을 반겼다. 윤미수(44·부산 금정구 장전동)씨는 “초등학생 아이 2명이 금정세대공감센터 어린이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집·학교와 가까운 동사무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개념 어린이도서관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정미영 부산 금정구청장은 “낡아서 방치되거나 쓸모가 없어진 행정복지센터를 주민 복지시설로 이용하면 예산도 절감하고 주민들의 행복감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래된 행정복지센터를 주민들이 원하는 곳으로 만들어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 금정구 섯골 생활문화센터 2층 북카페. 금정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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