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제동..진위논란 동의서 다시 받는다

유준호 2021. 9.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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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안받고 대리서명 판쳐
'속도전' 앞세우던 국토부
법적 분쟁 대비 절차 재정비
'찬성 주민 변심' 사업 변수
28일 증산4, 내달 연신내역 등
추정 분담금·인센티브 공개
도심복합사업 주민 동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증산4구역. [매경DB]
정부가 2·4 대책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 대해 주민동의서를 다시 받기로 했다. 일부 후보지에서 신분증 제출 등 본인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주민 동의 절차가 이뤄졌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속도만을 강조해오던 정부가 그동안 절차에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27일 국토교통부는 "도심복합사업 지구 지정 절차를 진행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동의서를 다시 한 번 받기로 했다"며 "지구 지정 등 향후 법적 사업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 가능성도 미연에 차단해 사업 안정성과 신속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여섯 차례에 걸쳐 총 56곳의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그중 지구 지정 절차를 밟아 사업이 가시화한 곳이 동의서를 다시 받는 대상이다.

도심복합사업은 도심 내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를 고밀개발하는 사업으로 주민의 3분의 2 이상, 면적 절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토부는 주민 의사 확인 없이 후보지를 찍어 발표해왔고, 이후 관련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동의서 징구 절차를 밟아왔다. 도심복합사업은 사업 제안, 예정 지구 지정, 지구 지정 확정, 용지 확보, 사업계획 수립과 승인 순으로 진행되는데, 법에는 후보지 상태인 사업 제안 단계와 예정 지구 지정 단계부터 동의서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

하지만 매일경제 취재 결과 수도권 일부 후보지에서는 신분증 제출 등 기본적인 본인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채 주민 동의 절차가 진행됐다. 서울 일부 후보지에서는 다른 사람이 대리해 동의 서명을 해도, 전화 등으로 본인 의사 확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왔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후보지별 주민 동의율을 '실황 중계'하듯 했다. 사업에 대한 주민 관심을 높이고,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지난 23일까지 국토부가 3분의 2 이상 주민 동의를 확보했다고 밝힌 곳만 17곳에 달한다. 이는 후보지별 추정 분담금과 분양가, 용적률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알리는 주민 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나온 결과다. 소유주가 내야 할 분담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민 동의율만 쌓였다는 얘기다.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내에 주택을 소유한 A씨는 "007 작전하듯 일사불란하게 주민 동의 절차를 밀어붙이더니 이제 와 절차상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주민들이 받은 사업 반대 동의서는 인정하지 않고, 통일된 반대 동의서 양식도 만들지 않는 등 여전히 불합리한 동의서 징구 절차는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주민 동의 절차를 다시 밟기로 한 만큼 향후 주민들의 '변심'이 변수로 꼽힌다. 국토부는 28일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을 시작으로 10월 초 연신내역, 방학역, 쌍문역 동측 등 그동안 발표했던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서 2차 설명회를 개최한다. 여기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용적률 인센티브와 예상 분담금이 공개되는 만큼 주민들의 입장 변화도 주목된다. 정부는 10월 중으로는 예정 지구 지정을 시작해 해당 구역에서 사업 시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서울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내에 주택을 소유한 B씨는 "지역 특성상 70·80대 노인이 소유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개발해주겠다고 하니 얼마를 내야 하는지도 모르고 도장부터 찍어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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