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지방화, 이대로는 안 된다

한겨레 2021. 9.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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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코로나19로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뼈저리게 깨닫고 공공병원 신·증축 결정을 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동안 왜 투자하지 않았는지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의료필요가 아닌 경영효율을 강조하는 공공병원 평가 틀에 매이다 보니 요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병원 현장 이해가 부족한 임시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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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나백주ㅣ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정책위원장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역 현장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년 넘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고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그만두거나 휴직하는 사람이 늘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든다. 왜 지방에 공공병원 확충과 정규 인력 충원이 빨리 안 되고 있는가? 언제까지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그러면서 나오는 이야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지가 없기 때문이고 자체 우선순위가 낮아 정책 투자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보건소도 마찬가지다.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수는 표준정원 수에 묶여 있어 보건소 공무원을 더 뽑으려면 타 부서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모두 지자체의 재량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일면 타당한 부분도 있다. 실제 지자체에서 지역의료 이용 실태 및 재난대응 준비 상태를 자체 분석해서 관련 시설과 장비, 인력에 투자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동안 지자체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코로나19로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뼈저리게 깨닫고 공공병원 신·증축 결정을 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동안 왜 투자하지 않았는지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 지자체들은 공공병원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본다. 또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운영 적자를 제대로 평가하고 적절히 보전해주는 아무런 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공공병원 신·증축을 해야겠다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의료필요가 아닌 경영효율을 강조하는 공공병원 평가 틀에 매이다 보니 요즘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병원 현장 이해가 부족한 임시직으로 대응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해줄 정책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지자체의 공중보건의료체계는 계속 임시 대응의 쳇바퀴를 벗어나기 어렵다.

바야흐로 기후변화로 인해 신종 감염병 등 재난적 위기 상황이 주기적으로 닥쳐올 것이 예견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지자체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하게 초기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중앙정부가 공공의료 투자를 지자체의 경쟁력으로 보도록 정책을 전환하고 공공보건의료 확충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10년 안에 지방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 중장기 계획이 불가능할까? 전체 광역자치단체에 거점 공공병원을 규모 있게 만들고 도서산간 취약지에는 공공보건의료 시설 및 장비를 투자하도록 하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국비보조율을 80%까지 과감히 올려주는 계획이 그렇게 어려울까? 한시적으로라도 공공병원이 시급한 곳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불가피한 경영 손실은 평가를 통해 국비와 시·도비 매칭으로 지원하겠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역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인력 채용도 수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를 가능케 할 충분한 중장기 예산 전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인구수 및 질병 부담에 비례한 보건소 인력 확보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러한 여건이 갖춰졌는데도 지자체가 공공병원 및 공공보건의료인력 확충을 못 하면 주민의 질타를 받게끔 정책 비전으로 밝히면 좋겠다.

이제라도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정책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더 이상 위험의 지방화가 아니라 위험대응의 지방화가 이루어지도록 늦지 않게 국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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