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얼마나 자랄까? '키다리AI'에 물어보세요"
헬스허브 '키다리AI'.."손 엑스레이 찍어 예상 키 측정"
'정확도 97.6%'..데이터 플랫폼 만들어 병원들 접근 쉽게
"자금지원, 해외진출 도움까지"..'키다리 아저씨' 된 서울시
“우리 아이 얼마만큼 자랄까? 키다리AI에게 물어보세요.”
“뼈의 성장 정도를 보는 겁니다. 엑스레이로 손을 찍어 뼈 나이를 측정해요. 13개 관절을 찾아 분석하면 골(骨)연령이 나옵니다. 생물학적 연령과 골연령을 비교해 최종 키는 어느정도까지 자랄지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죠.”
헬스허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변시섭 인공지능연구소장(사진)의 설명이다. 친숙하고 피부에 와 닿는 ‘키다리AI’라는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정확한 명칭은 ‘AI 기반 골연령 측정 시스템’. 보다 정확한 골 연령 측정 방식을 적용해 데이터를 쌓은 뒤 AI 기반으로 판독한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정확도가 올라가는데, 현재 임상 결과 97.6% 정확도를 확보했다.
왼손 방사선 사진을 찍어 13개 뼈의 골 성숙도 등급을 점수로 환산해 더한 값을 기준으로 정상 범주에 있는지 체크하는 식이다. 이렇게 측정한 뼈 나이를 실제 나이와 비교해 키가 얼마나 자랄 것인지 통계적으로 예측한다.
“골연령 판독 방법으로 크게 ‘GP(Greulich-Pyle)’와 ‘TW(Tanner-Whitehouse)’가 있어요. 저희는 현재로선 가장 정밀하다고 평가받는 TW3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GP 방식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게 TW 방식이라 보다 세밀하고 정확도가 높죠. 다만 그만큼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보통 15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거든요. 의사의 15분은 크니까 TW 방식을 잘 안 쓰려는 경향도 있어요. 컴퓨터와 AI로 이 과정을 쉽고 빠르게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키다리AI의 1차 타깃은 소아청소년과와 치과다. 치아 교정 역시 성장 연령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성과도 냈다. 서울대 치과병원이 헬스허브의 AI 기반 골연령 측정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확보한 서울대 치과병원 데이터는 다시 AI 학습에 쓰였다. 이를 토대로 엔진을 고도화, 측정 실패율을 5%대에서 3%대로 줄이고 측정 시간도 2분가량 단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향상된 성능의 새 버전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통해서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 버전 업그레이드와 기술사업화에는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역할이 컸다. 첫 버전을 내놓은 후 실제 운영하면서 눈에 보이는 개선해야 할 점들을 어떻게 수정할지 고민하던 차에 서울시가 딱 필요한 지원을 해줬다.
변 소장은 “1차 버전을 내놨는데 병원이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고 업그레이드도 필요했다. 막 비즈니스화한 시점에 관련 절차를 다시 시작하려니 막막했는데 제때 기술사업화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SBA 지원을 받았다”면서 “자금 지원뿐 아니라 전문 평가위원과 지원사업 담당자가 개발 과제에 대해 꼼꼼하게 조언해줘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SBA의 AI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한 ‘성장클리닉 및 치과 교정치료에 필요한 골연령 측정 AI 시스템 시장 진출’ 과제는 버전 업그레이드와 재투자로 이어졌다. 올 3월 ‘CE 인증’(EU 내 판매 허가)을 획득해 유럽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고 4월엔 총 20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5월에는 9개 정부부처가 정책금융 및 민간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혁신기업 국가대표’에도 선정됐다. 서울시 지원사업이 키다리AI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한 셈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지원 기업 기술사업화를 비롯해 SBA의 지식재산권·투자·유통·홍보 등 다양한 연계 기능을 활용해 후속 성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에게 적시적소 지원을 하고 있다.
현행법상 개인(B2C) 대상 비즈니스를 하긴 어렵지만 키다리AI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웹 기반 판독 보조 AI 프로그램이라 고가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별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강점이다. 게다가 사용하는 만큼만 과금하는 종량제 방식을 택해 영세한 1~2차 병원에서도 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저희는 이 시장을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물론 측정 정확도를 비롯한 제품 품질도 좋아야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쉽게 전달할 것이냐’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저희 플랫폼을 통해 원격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250명 이상이거든요. 피드백과 시너지도 활발해서 영상 데이터가 한 해 몇 억장씩 쌓이고 있습니다.”
사실 AI 기반 판독 시스템과 데이터 플랫폼은 의료용에 한정된 건 아니다. 3D 영상을 촬영해 소재 패턴을 분석하는 등 산업용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의료 분야보다 규제가 덜한 만큼 협업을 통해 공정을 개선하거나 B2C 비즈니스로도 연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변 소장은 “사람이 하기엔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데 AI가 하면 기술적으로 수월하고 정확하며 빠르게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게 관건”이라며 “다만 의료 판독 시스템에 환자가 빠져 있는 건 문제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어플리케이션(앱)으로 위·변조 없이 개인이 자신의 검사 결과를 확인 및 보관하고, 생애주기별 진단도 가능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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