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제3의 길' 한화는 왜 지금 이겨야 하나 [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2021. 9. 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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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안타를 친 뒤 기뻐하는 한화 하주석(오른쪽). 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휴스턴은 2011년 리빌딩을 시작해 2017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시카고 컵스는 2012년 리빌딩에 돌입해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KBO리그 NC는 2011년 창단해 10년 만인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품었다. 또 2014년 창단해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오른 KT는 올시즌 첫 우승 기회를 만났다.

올시즌 들어 재창단에 가깝게 변신하고 있는 한화는 그간 리빌딩 성공 사례를 여러 갈래로 검토했다. 그 가운데는 휴스턴과 컵스는 물론 NC와 KT의 성공 스토리도 곁들여져 있다.

그러나 어떤 구단의 사례도 한화와 통하지는 않는다. 한화는 ‘제3의 길’을 택했고, 그 끝을 향해 가고 있다.

NC와 KT는 클럽하우스의 리더를 세워두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방법을 택했다. NC에선 이호준을 중심으로 손시헌·이종욱 등 외부 영입 베테랑들이 초창기 그런 역할을 했고, KT에서는 유한준·박경수 등이 창단 이후 같은 역할을 했다.

한화는 지난해 말 작별한 이용규(키움)를 비롯한 고참들을 정리하는 데 속도를 냈다. 지난 8월 이성열이 전력분석원으로 전격 변신한 것은 이에 대한 구단의 마지막 작업이었다. 이에 대한 한화 내부의 대답은 짧고 명료하다.

“NC와 KT는 신생구단으로 팀을 만들었다. 베테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전통(1987년 창단)과 그에 따른 문화도 짙게 내재된 팀이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의도적인 단절이 필요했다.”

2021시즌 종착역이 다가오고 있다. 말도 많았던 그간의 과정에 대한 한화 내부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한 관계자는 “밖에서 보시는 분들은 현재 순위 등을 보고 ‘그래봤자 얼마나 되겠나’ 싶겠지만, 우리 판단으로는 기대했던 것 만큼 올라와 있다. 이제 다음 단계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타선에서는 1번 정은원을 시작으로 하주석·노시환·김태연 등을 거쳐 6~7번 타순까지 경쟁력이 생겼다. 한화는 올겨울 FA 시장에서 타선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는 선수 영입을 계산에 넣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선발 2명에 국내파 선발 리더인 김민우를 시작으로 김기중·남지민·한승주를 비롯해 수면 아래의 조은과 김재형, 문동주(내년 신인) 등 총 12명을 선발로 준비시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설정돼 있다. 덤으로 하주석이 여러 모로 성장하며 NC와 KT가 외부에서 찾은 클럽하우스 리더 또한 내부에서 탄생했다.

리빌딩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많이 써야하는 ‘선수 구성’에서 한화는 상당 부분 그림이 돼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화의 리빌딩 게임에서 다음 단계는, 승부처에서 싸우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를 위해 지난 12일 삼성과 대전 더블헤더에서 외국인투수 라이언 카페터를 중간계투로 넣었다.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회 2사 후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기 직전이던 김기중을 과감히 내렸다. 전반기와는 전혀 다른 투수 운영으로 이제는 진짜 경기 속에서 싸워야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10경기에서는 5승1무4패를 기록하고, 동일기간 팀타율 4위(0.281), 팀 평균자책 4위(4.09)를 기록하며 의도를 수치화하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이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요즘 ‘져야한다’는 메시지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심히 불쾌해한 것은 납득이 간다.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될 2023년. 신인 1순위로 유력한 심준석(덕수고 투수)을 얻으려면 올시즌도 꼴찌를 해야하지만, 특급 신인 한명 얻는 것보다 힘든 것이 바로 이기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탐나는 신인과 이기는 팀 문화 사이의 선택.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후자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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