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나를 트럭 운전사가 없다"..美 '물류대란'·英 '주유대란'

방성훈 2021. 9. 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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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물선 입항부터 내륙 배송까지 '도미노' 지연
LA·롱비치항 짧은 운영시간..트럭 운전사 구인난까지
연말연시 쇼핑시즌 앞두고 물류대란 '초비상'
英, 트럭 운전수 부족에 사재기까지 겹쳐 '주유대란'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영국이 공급망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선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 수십척이 항구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랜 시간 기다렸다 입항하더라도 물건을 실어 나를 화물 트럭과 운전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영국도 휘발유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및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의 여파로 트럭 운전사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美, 화물선 입항부터 내륙 배송까지 ‘도미노’ 지연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산(産) 수입품들이 통과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 항구에 화물선 60척 이상이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물건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와 빈 컨테이너 등도 수만개가 쌓여 있다. 두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물량은 전체 미 수입품의 4분의 1 이상이다.

두 항구의 입항이 정체된 이유는 아시아 및 유럽 등의 항구와 달리 연중 무휴(주 7일, 하루 24시간)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엔 아예 쉬는 데다 평일에도 몇 시간씩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WSJ는 전했다. 독일 해운업체 하파그-로이드의 북미지역 사장 우페 오스터가드는 “현재 두 항구의 업무 스케줄은 전체 수용능력의 60∼70%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병목현상 등으로 물류지연이 지속되고 있다.

실례로 나이키는 연휴 기간 판매할 충분한 운동화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코스트코 매장에선 고객 한 사람당 구매 가능한 화장지 물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인공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은 25% 급등했다.

나이키 경영진은 아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이 화물 컨테이너에 실려 북미 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약 80일이 걸린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2배 가량 길어진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는 화물 트럭 및 운전 기사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했다.

화물 트럭과 트럭 운전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도 공급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올 들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양은 작년보다 30% 증가했으나, 화물트럭 운행 능력은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쇄적으로 전체 컨테이너의 최대 30%를 수용하는 시카고 등 대형 유통 허브로 옮기는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트럭 및 창고 공급업체 퀵 픽 익스프레스의 톰 보일 최고경영자(CEO)는 “아마도 (물류대란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 (부족)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WSJ은 “지난 1년 동안 LA항과 롱비치항은 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취급하게 됐지만, 내륙 공급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두 항구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새해로 이어지는 연말연시 쇼핑 ‘대목’을 앞두고 미국 내 공급망이 여전히 꽉 막혀 있는 탓에 주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한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줄서있는 모습. (사진=AFP)
英, 트럭 운전수 부족에 사재기까지 겹쳐 ‘주유대란’

영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 7월 ‘위드 코로나’를 선포한 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수요가 크게 늘었으나, 물건을 실어나를 트럭 운전사가 부족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영국 내 트럭 운전사는 원래부터 부족하기도 했지만, 외국 국적 운전사들이 브렉시트 및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거 귀국하며 인력난이 심화했다.

특히 주유 대란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이날 전국 지점 3분의 1의 휘발유가 바닥났다고 발표했다.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영국 내 물류 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의 사재기까지 겹친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립주유소의 50~85%가 연료 고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휘발유 사재기는 지난 24일부터 본격화했다. 로이터통신, BBC 등은 영국 내 주유소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 고객들이 헛걸음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소를 여러 군데 들렀는데도 휘발유를 공급받지 못해 출근하지 못할 뻔한 직장인부터, 실제 출근을 하지 못하거나 기존 일정들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피해 사례가 소개됐다.

주유소 대기 차량으로 고속도로 정체까지 빚어지는 등 그야말로 난리통이라는 진단이다. 영국 정부는 트럭 운전사 5000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휘발유 운송을 위해 군 부대를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FT 등은 전했다.

영국 기업·에너지 산업전략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연료 생산업체, 공급업체, 운송업자, 소매업자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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