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법원, 화웨이·샤오미 등 상대 美기업 지재권 소송 금지 명령

최서윤 기자 2021. 9. 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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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울며 겨자 먹기로 소 취하하고 비밀리에 합의
미국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2021년 1월 15일 베이징의 샤오미 매장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 법원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자국 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 기업들의 지식 재산권 침해 소송을 막아서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특허와 저작권법을 엄격하게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사법부의 대응으로 공염불이 될 거란 우려가 미국에서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 세계 외국 기업들이 영업 기밀 보호를 호소하며 제기한 4건의 주요 사건에서, 중국 법원은 이른바 '소송 금지 가처분'(anti-suit injunctions) 명령을 내렸다.

이 중 3건은 각각 화웨이, 샤오미, BBK(부부카오)전자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며, 더불어 삼성전자와 스웨덴 통신대기업 에릭슨AB 간 소송도 이로 인해 멈춰 섰다.

샤오미의 경우 이번 결정으로 미국 델라웨어의 인터디지털( InterDigital Inc.)의 지식재산권 침해 주장에서 자유롭게 됐다. 인터디지털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무선·디지털 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2013년부터 인터디지털의 특허를 사용해 핸드셋 수백만 개를 판매해왔다. 라이선스 비용 협상 기간에는 사용이 허용되는 게 업계 관행이었다.

협상이 7년 만에 결렬되자 인터디지털은 지난해 샤오미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한 것이다.

중국 우한 법원은 샤오미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터디지털이 중국 전역은 물론 그 어디서든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금지 명령을 내렸다. 중국 법원은 "인터디지털이 소를 제기하면 매주 약 100만 달러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과 지식재산권 분쟁에 얽힌 기업들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외국 기업의 특허, 저작권, 영업기밀을 중국이 어떻게 무시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이 봉합될 때 중국이 한 지식재산권 관련 개선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립 단체 '지식재산권·절도 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찰스 부스타니 전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의 성장·발전 전략은 지식재산권(IP) 절도와 강제 기술 이전에 근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미 중국 대사관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이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금지 가처분 명령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모토로라와 마이크로소프트 간 소송에서 모토로라가 독일에서 병렬 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워싱턴 연방법원이 소송금지 가처분 명령으로 막아선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법원의 이번 명령은 특정한 한 곳에서 제기된 소송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법적 조치를 막아섰다는 점에서 너무 나간 조치로 해석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 법원은 또 전 세계적으로 부과하는 특허 라이선스 비용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했는데, 이는 서구식 표준 관행에서는 벗어난 것이라고 법조계는 주장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중국 기업의 지식 재산 절도 피해를 호소해왔으며,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개시 당시 미 정부 조사 결과 지식재산권 절도 또는 특허사용료 과소 지불로 미국 기업이 입는 피해는 연간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상황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패소를 예측하거나 중국의 보복 위험 때문에 제소를 포기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소송 금지 가처분 분야 권위있는 연구자인 유타대 법대 조지 콘트레러스 교수는 "소송 금지 가처분 사용은 중국의 글로벌 야망이 어떻게 법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글로벌 기업들로선 두려운 전망"이라고 말했다.

BBK전자 사건은 휴대폰 사업부 오포(Oppo)와 일본 샤프간 소송으로, 샤프는 작년 1월 오포 일본 지사가 자사의 무선 근거리 통신망 기술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샤프의 최대 주주는 대만 폭스콘이다.

이에 오포는 본사가 소재한 중국 선전 법원에 맞소송을 내고 자사가 샤프에 지불해야 하는 특허권 사용료 가격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샤프도 일본과 독일 법원에 소를 제기하자, 선전 법원은 지난해 12월 소송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리고, 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매주 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불과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와 모사이드(전 Conversant Wireless Licensing)간 소송에서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지난해 소송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모사이드의 독일 제소길이 막혔다. 이에 두 기업은 비공개 조건으로 합의한 바 있다.

삼성과 에릭슨 소송의 경우, 에릭슨의 특허 사용을 협상해온 삼성이 우한 법원에 제소해 소송 금지 명령을 받아내자, 두 기업은 비밀리에 협상했다고 WSJ는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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