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홍보맨 2명, 나란히 몽골 대학 교수로 '인생 2막'
[경향신문]
“한국의 문화와 한국어를 몽골에 제대로 알리고 가르치면서, 한·몽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이재복 교수)
“회계학·조직론 등 경영학 전반의 지식은 물론 한국 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몽골 학생들에게 전수하면서, 두 나라의 친선에도 힘을 쓰고 싶습니다.”(김광호 교수)
대학 재직 시 주로 홍보업무를 담당해 대학가의 ‘홍보통’으로 꼽히는 배재대 이재복 전 홍보과장(60)과 김광호 중부대 전 홍보과장(62)이 몽골의 같은 대학 교수로 부임해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달 초 몽골 후레정보통신대학교(HUICT)의 교수로 부임했다. 당초 출국은 지난 7월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출국 일정이 미뤄졌고, 뒤늦게 학기 시작 직전 몽골 땅을 밟았다.
이 교수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출국이 늦어졌지만, 출국 전부터 몽골 학생들과 온라인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친교를 다져왔기 때문에 바로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시점에서도 몽골 학생들이 뜨거운 향학열을 갖고 공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학생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도 힘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문학 박사인 이 교수는 한국어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배재대에서 홍보과장 외에도 총무처장·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학교 경영 노하우를 쌓아온 점을 인정받아 부임과 동시에 후레정보통신대의 기획처장 겸 세종학당(해외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설치한 교육 기관)의 장 보직을 받았다. 그는 단국대·세종대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으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교수는 동국대에서 회계학을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역시 중부대에서 홍보과장을 비롯해 종합행정실장 등을 지냈다. 현재 HUICT 인터넷비지니스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아울러 입학처장도 맡은 상태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대학홍보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이 교수가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을 맡았을 때 김 교수가 임원을 맡아 함께 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약 30년 동안, 김 교수는 약 25년 동안 홍보 관련 업무를 했다. 홍보 업무를 후배에게 넘기고 나서 총무처장(이 교수), 종합행정실장(김 교수) 등의 직책을 맡아 대학의 행정을 이끌다가 퇴직한 것도 비슷하다.
두 사람의 발길을 몽골로 이끈 원동력은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행복을 누렸다”면서 “몽골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받은 사랑과 행복을 나누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현직에 있을 때 ‘인생2막’을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직에 있을 때 틈틈이 공부하고 미래를 준비한 덕분에 보람있는 후반기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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