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잊힌 이름들이 되살아난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성일만 2021. 9. 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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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6일 한화전서 동점 적시타를 때린 두산 페르난데스. /사진=뉴시스화상

가을좀비들의 기세가 사납다. 스러질 듯 스러질 듯 되살아난다. ‘가을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27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원정 경기서 컵스를 4-2로 누르고 16연승을 내달렸다.

카디널스는 지난 11일부터 한 번의 연장전과 더블헤더 포함 16번의 경기서 전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 좀비’ 두산은 14경기서 10승 2무 2패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가을바람 탄 좀비들 세상이다.

두산은 11일까지만 해도 7위였다. 가을 야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상위 3팀(KT, LG, 삼성)은 철옹성이었고, 8위 롯데와는 딱 두 걸음 차였다. 4위 키움은 네 걸음이나 저만치 앞서 있었다. 두산의 승률은 5할(0.485)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보름 만에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 기세면 3위 LG도 발 뻗고 잠잘 처지가 못 된다. 지난달만 해도 두산이나 세인트루이스는 가을 야구 입장 불가 신세였다. 두 가을좀비는 원래 자매구단이다.

두산은 맥주회사였다. 세인트루이스의 모 기업은 지금도 맥주회사다. 그래서 더 가까워졌다. 이광환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이 1987년 세인트루이스 연수를 다녀온 것도 그 인연 때문이었다.

두산은 26일 한화전서 거의 질 뻔한 경기를 이겼다. 전날 7연승의 두산 발걸음에 딴지를 놓은 쪽도 한화였다. 한화 선발 김민우의 빠른 공이 제대로 약발 받았다. 7회까지 2-3으로 뒤졌다. 8회 말 1사 1,2루서 페르난데스의 적시타가 터졌다.

두산은 5-3으로 역전승했다. 가을바람 속 두산은 좀처럼 질 것 같지 않다. 1위 KT를 만나도 3위 LG와 싸워도 도무지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12일 한 번도 이기기 힘든 LG와의 더블헤더를 싹쓸이했다. 그 충격으로 LG는 2위 자리를 삼성에 내줬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팀 연승 기록에 공헌한 김광현. /사진=뉴시스

14일 KT는 두산의 끈질김에 혼쭐났다. KT는 0-2던 경기를 5회 3-2로 뒤집었다. 두산은 6회 바로 동점으로 따라붙었다. 겨우 이겼으나 다음 날엔 2-6으로 순순히 물러났다. 이후 두산은 7연승(1무 포함)으로 신바람을 냈다.

세인트루이스의 연승에는 김광현이 한몫했다. 김광현은 26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서 2-4로 뒤진 6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패전처리가 아닌 역전 드라마를 써 보라고 올린 투수였다.

이 경기는 세인트루이스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세인트루이스는 1935년 14연승을 기록했다. 역대 구단 최다 연승기록. ‘개스하우스 갱들’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전날 컵스와의 더블헤더를 쓸어 담은 세인트루이스는 타이기록을 세웠다. 마이클 슅트 감독으로선 욕심나는 경기였다. 연승 기록은 감독에게 훈장처럼 따라다닌다. 김광현은 감독의 바람대로 호투했다.

첫 타자는 우타자 오스틴 로민. 대타로 나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김광현은 다음 타자를 3루 병살타로 솎아냈다. 결과적으로 적당한 위기감을 준 후 스스로 이를 해결했다. 야구에서 위기 다음 기회가 오는 것은 정설이다.

세인트루이스는 7회 초 즉시 반격했다. 선두타자 아레나도가 좌익수 쪽 깊숙한 2루타를 터트렸다. 이후 몰리나, 베이더가 연속 안타를 때리며 5-4로 승부를 뒤집었다. 덕분에 김광현은 7승째를 챙겼다.

두산은 18일 까딱하면 질 뻔했다. 역시 6회까진 뒤져 있었다. 스코어는 달랐다. 0-3, 상대는 키움. 7회부터 두산의 매서운 반격이 시작됐다. 양석환이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키움 선발 김선기에게서 홈런을 뽑아냈다. 8회엔 두산의 중심 김재환이 적시타를 터트렸다. 2-3 한 점차.

질 것 같지 않았다. 9회 1사 1,2루서 9번 타자 김인태가 극적인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매번 주인공이 바뀌었지만 두산이 지지 않는 결과는 한가지였다. 17일 가까스로 6위에 올라 온 두산은 거기서 지면 다시 강등될 처지였다.

세인트루이스는 27일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 넘버를 1로 줄였다. 사실상 확정인 셈이다. 딱 10년 전 와일드카드로 올라가 11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도 안 될 거 없다. 두산은 2015년 이후 6년 연속 가을야구를 점령했다. 올 가을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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