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없었던 이강인 발탁, 다시 강조되는 벤투호의 키워드 '멀티'
[스포츠경향]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 발탁 기대를 높였다. 그런데 또 낙마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마요르카)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데뷔 후 이강인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는, ‘멀티’가 안된다는 한계가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계속해서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27일 오는 10월에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에 나설 2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다음달 7일 홈에서 시리아와 맞붙고 곧바로 출국해 12일 이란 원정길에 나선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등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그대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이강인의 발탁은 또 없었다.
이강인은 지난달 말 출전 기회를 위해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한 뒤 경기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3일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첫 선발 출장해 마요르카 이적 후 첫 골을 넣었고, 26일 오사수나전에도 선발 출전해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런 이강인을 끝내 외면한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최근 좋은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 대표팀 최대 경쟁지인 2선 공격진에 대한 말이다. 실제로 이강인이 대표팀에 선발됐다고 하더라도 주전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번 대표팀에는 이재성(마인츠), 권창훈(수원), 이동경(울산) 등 이강인보다 훨씬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의 경우 본 포지션 외 다른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자신이 요구하는 멀티 능력이 이강인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강인은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그런데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이 한정적이라는 약점이 있다. 이강인은 2선에서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나선다. 발렌시아 시절 측면으로도 나섰으나 발이 느리다는 단점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라는 큰 틀 안에서 2~3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을 강조한다. 월드컵에는 23명만 갈 수 있고,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 시키려면 멀티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벤투 감독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외면하면서 백승호(전북)는 포함시킨 이유도 멀티 능력의 유무의 차이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백승호는 지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드필더로서 한 포지션 이상 소화가 가능한 선수라 선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도 공격수 자원을 황의조와 조규성(김천), 두 명만 발탁한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명단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미드필더에 포함된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 나상호(서울), 송민규(전북), 이동준(울산)도 측면이나 스트라이커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 중 몇 명은 원톱으로도 가능하고, 다른 선수들도 투톱으로 뛸 수 있다”며 멀티 능력을 고려한 발탁이었음을 강조했다.
이강인은 2019년 9월 A대표팀에 데뷔한 뒤 한 동안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다 지난 3월 한일전 명단에 뽑힌 뒤 계속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이강인은 제로톱 전술의 ‘펄스 나인’ 역할로 선발 출전했다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교체됐다. 이강인 한 명을 위해 현 대표팀의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이강인이 또 한 번 보여줘야 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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