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허브·문화국가·평화 복원..문 대통령의 '유엔외교'

입력 2021. 9. 27. 14:05 수정 2021. 9. 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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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게 조건없는 대화 복귀만 제안하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북한은 대북 적대 시 정책 철폐를 고수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교착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UN)을 방문, 9월 21일 총회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다시 제창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복원 동력을 되살렸다.
 
7월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 대화 재개가 기대됐지만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남북한이 각각 국방력 강화 행보로 각을 세웠다. 한반도 평화 복원은 멀게 느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유엔을 방문해 평화 회복을 비롯한 다양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지속가능발전목표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영국 및 베트남의 정상과 화이자 최고경영자 등을 만나 백신을 교환·제공하고 추가 구매를 당부하며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백신 허브국 위상을 강화했다. BTS를 대통령 문화특별사절로 임명해 함께 활동하여 문화외교를 펼치면서 한류 확산에도 이바지했으며 하와이에서 ‘한미유해상호인수식’을 갖고 국군 전사자 유해 69구를 송환하면서 한미안보협력도 다졌다.
 
무엇보다 이번 유엔외교가 값졌던 것은 역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 노력이었다. 한반도 평화 복원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세계 평화 여론의 메카인 유엔총회를 찾아 이미 두 차례 강조했던 한국전 종전선언을 다시 한번 제창해 북한을 또 다시 대화의 장으로 복귀시키는 평화 촉진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 전망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로 임기 중 매년 유엔연설을 행한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 되었다. 이미 문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17년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올림픽에 초청하고 총회의 ‘올림픽 휴전 결의’ 채택을 유도했으며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제창해 북한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의 올림픽 참가 결정을 얻어낸 뒤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9·19 남북군사합의서와 평양 남북정상 공동성명을 주도했다.

그 직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신뢰구축 조치로 종전선언을 제창하고 동년 광복절에 내놓았던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에 북측 참석자들도 박수를 보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어 한반도 정세가 정체되자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경제론을 내세운 뒤 전쟁불용·상호 안전보장·공동번영을 한반도 문제 해결 3원칙으로 제시하면서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창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시달리던 작년에는 남북한이 생명공동체임을 강조하고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제안한 뒤, 종전선언 필요성을 다시 제시했다. 올해 연설에서는 종전선언 필요성을 세 번째로 강조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 종전을 선언해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또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협력의 손길을 보낼 것도 기원했다. 동행했던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3국 공조를 다진 후 “인도적 지원에서 시작해 종전선언 등 신뢰 구축조치로 나간 뒤, 북한 행동에 따라 스냅백 방식의 제재완화 가능성 제시를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북한 반응과 한국의 향후 외교 과제

그간 남북관계를 뒤로 미루고 미국과의 신경전을 벌여오던 북한이 전술을 바꿔 2018년처럼 한국과의 대화를 튼 다음 한국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려는 듯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신속하고도 연속적으로 반응했다. 조건부이고 개인적인 의견이라지만 김여정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통해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조건을 완화해가면서 종전선언을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으로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공정성과 상호존중의 자세를 유지하면 때 맞춰 종전을 선언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재설치하며 남북정상회담도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남북 관계 개선 내용까지 밝혔다.
 
최근 북한의 행보가 굴곡이 심했던 점을 고려해 과잉기대를 갖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남북관계가 속도감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이 기회를 잘 선용해야 한다. 일단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에 성실하고 치밀하게 임하되 결국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활발히 작동하려면 북·미 협상이 진전되어야 하므로 북한의 기대 수준을 최대한 낮추는 노력과 함께 북한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조치를 미국이 취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이 종전선언에 뜻을 모은 상황에서 중국도 지지할 가능성이 크므로 중국이 IOC를 설득해 북한을 올림픽에 초청하도록 하고 미국도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일단 미국이 맘만 먹으면 큰 비용 지불없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정의용 장관이 제시했다고 여겨진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중 비핵화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가능한 최대한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복원하고 재가동하여 다음 정부에 넘겨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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