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문창살로 비치는 달빛·노을을 추상화로
유년시절 살던 한옥 추억 등
한국적 아름다움을 화폭 담아
1975년 도쿄화랑 '흰색'展 후
단색화 선두주자로 활동해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업
2021년 최신작까지 37점 펼쳐
서울 PKM갤러리 개인전 '동시성-무한계'에서 만난 서 화백은 "집안에 있던 도자기와 책가도, 안마당 우물, 된장과 고추장 익는 소리, 빨랫감을 희게 하는 다듬이 방망이질 등이 나에게 귀의해 한국적인 것을 그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초기 작업부터 올해 최신작까지 37점과 미공개 자료들을 펼친다. 그가 50여년간 작업해온 '동시성(Simultaneity)' 연작을 되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시성은 육안으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피안의 세계를 작가라는 매개체를 통해 동일하고 균등한 시공간 속에 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년 시절 기억에 있던 한옥 공간의 색과 형태, 정서가 끊임없이 걸러지고 경계가 허물어져 오묘한 빛깔로 남아 있다. 전통 미학을 세련된 현대 감성으로 표현한 그의 예술 세계는 한국 현대미술 역사에서 독창적 한축을 담당하는 동시에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오리진은 1960년 4·19혁명 이후 우리 것을 찾자는 예술 사조에서 비롯됐다. 서 화백은 "청년 작가들이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나를 고민한 끝에 한국 전통에서 정체성을 찾았다"며 "1960~1964년 홍익대 재학 중에 신촌 봉원사 단청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전통 오방색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드로잉 작업 역시 전통 한지 특성을 활용했다. 송곳으로 한지를 찍어 재질을 바꾼 후 연필과 색연필로 그렸다. 작가는 "종이 성격을 바꿔 밀도와 농도, 채도, 강도, 감성을 조합했다"며 "드로잉과 판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정신성을 새롭게 표현했다. 드로잉은 자유롭고 감정적인 표현이 가능하며, 판화는 치밀성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기하학적 추상으로 선이 분명했지만 2000년부터 경계가 허물어진 해체적 추상으로 넘어갔다. 내년 화업 60년을 앞둔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사색과 명상, 묵념, 무념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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