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승 칼럼] 청약통장도 모르는 후보의 '부동산 공약' 믿어도 되나

안재승 입력 2021. 9. 27. 13:46 수정 2021. 9.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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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2 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 '공약 표절' 공방을 벌이다가 "저는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윤 후보는 22일 발표한 국방 공약에서 '군 복무자에게 청약 가점 5점 부여' 방안을 내놨는데, 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제가 지난 7월 초에 발표한 공약과 숫자도 똑같고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공약을 이해하고 있는지 혹시 직접 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변을 한 것이다.

대응 방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윤 후보가 " 공약에 특허가 있느냐"고 엉뚱한 소리를 하더니,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유승민 후보가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지엽적인 답변 하나를 꼽아서 다시금 흑색선전, 정치공세에 몰입했다"며 " 유 후보는 2017 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1 만원 달성을 공약했는데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표절한 것인가" 라고 공격했다 . 틀렸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앞으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될 일인데, '지엽적'이라고 뭉개면서 '물귀신 작전'을 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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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승 칼럼]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1호 공약'으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취약계층의 주거 복지 확충과 미래세대의 주거 안정 지원에 집중하겠다"며 '청년 원가 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 주택' 20만호 공급 방안 등을 내놨다. 말은 그럴듯한데 청약통장도 모르는 후보의 무주택자를 위한 공약에 진정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약의 구체적 내용은 후보를 돕는 전문가 그룹과 참모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으나, 공약에는 기본적으로 후보의 철학과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 같은 중요한 공약은 더욱더 그렇다. 준비 안 된 후보가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 ‘공약 표절’ 공방을 벌이다가 “저는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화면 캡처
안재승 논설위원실장

무주택 서민을 비롯한 주택 실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청약통장을 만들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다 . 보통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청약저축에 가입해 꾸준히 일정 금액을 불입한 뒤 1 순위 자격을 얻어 청약을 신청하고, 당첨이 되면 모아둔 돈으로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대출받아 꿈에도 그려온 내 집에 입주한다 .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 은행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가야 한다 . 이처럼 내 집 마련의 애환이 담긴 청약통장의 가입자 수가 올해 8 월 말 현재 2815 만명에 이른다 .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65% 가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1977 년 도입된 주택 청약제도는 지난 40 여년 동안 수없이 바뀌어왔다 . 청약제도의 관건은 가입자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분양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 청약제도가 어떻게 변경되느냐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누군가에겐 일찍 다가오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멀어지기도 한다 .

지금은 무주택 기간 , 부양가족 수 , 청약저축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가점을 매겨 합계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당첨 여부가 결정된다 . 자녀들이 성장해 내 집이 절실한 중장년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최근 집값이 폭등하면서 점수가 낮은 30 대가 청약을 포기하고 ‘패닉 바잉’과 ‘영끌’에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이들의 당첨 기회를 확대해주는 쪽으로 청약제도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 그러자 이번에는 중장년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이처럼 청약제도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청약제도 개편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

윤석열 후보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2 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 ‘공약 표절’ 공방을 벌이다가 “저는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윤 후보는 22일 발표한 국방 공약에서 ‘군 복무자에게 청약 가점 5점 부여’ 방안을 내놨는데, 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제가 지난 7월 초에 발표한 공약과 숫자도 똑같고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공약을 이해하고 있는지 혹시 직접 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변을 한 것이다. 청약통장이 왜 필요한지, 누가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청약 가점 공약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 윤 후보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나 각종 간담회에서 문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을 때마다 “발언의 전문을 봤냐”며 피해 갔으나, 이번에는 생방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된 탓에 이런 변명도 통할 수 없게 됐다 .

윤 후보의 문제 발언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 주 120 시간 노동 ’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 ‘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정치공작을 하려면 메이저 언론에’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등이 그의 편향된 가치관을 드러낸 것이라면 , 이번 청약통장 발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이 안 됐다’는 발언과 함께 식견의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선에 나올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선거 때 공약으로 내놓은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시험’이 도입됐다면 통과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

대응 방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윤 후보가 “ 공약에 특허가 있느냐”고 엉뚱한 소리를 하더니,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유승민 후보가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지엽적인 답변 하나를 꼽아서 다시금 흑색선전, 정치공세에 몰입했다”며 “ 유 후보는 2017 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1 만원 달성을 공약했는데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표절한 것인가” 라고 공격했다 . 틀렸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앞으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될 일인데, ‘지엽적’이라고 뭉개면서 ‘물귀신 작전’을 편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9 일 자신의 ‘ 1 호 공약’으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 윤 후보는 “ 취약계층의 주거 복지 확충과 미래세대의 주거 안정 지원에 정부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무주택 청년 가구를 위한 ‘청년 원가 주택’ 30 만호 , 역세권에 살고 싶어하는 무주택 가구를 위한 ‘역세권 첫집 주택’ 20 만호 공급 등을 내놨다 . 말은 그럴듯한데 진정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에서 “주택 청약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의 부동산 공약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공약의 구체적 내용은 후보를 돕는 전문가 그룹과 참모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으나, 공약에는 기본적으로 후보의 철학과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 같은 중요한 공약은 더욱더 그렇다. 준비 안 된 후보가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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