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보다 무서운 건 교묘한 자기검열 강요"

이승우 2021. 9. 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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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서 권력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 했던 건 셀 수 없이 많았던 일이고 자연스러운 본성이기도 하다.

나오키상, 에도가와 란포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요미우리문학상 등을 휩쓸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평가받는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 장편 '일몰의 저편'은 이러한 권력의 언론 자유 통제 성향을 예리하고도 현실적으로 포착해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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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과 대중의 '표현 자유 통제' 비판한 소설 '일몰의 저편'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인류사에서 권력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 했던 건 셀 수 없이 많았던 일이고 자연스러운 본성이기도 하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홍콩 빈과일보 폐간이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언론인들과 학계 등의 반발은 최근 사례로 꼽힌다.

나오키상, 에도가와 란포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요미우리문학상 등을 휩쓸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가로 평가받는 기리노 나쓰오의 신작 장편 '일몰의 저편'은 이러한 권력의 언론 자유 통제 성향을 예리하고도 현실적으로 포착해낸 수작이다.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이규원의 번역으로 국내에 소개한다.

소설은 특히 전체주의 국가일수록 정부가 공식 편제상 사법기관이나 검열 기관을 통하는 대신 광적인 지지자들을 대중으로 포장해 언론인과 예술인 등을 압박하게 유도함으로써 두려움 속에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든다는 특성을 잘 드러낸다.

자기 검열은 강요보다 훨씬 결과가 좋고, 공식 기관의 탄압은 훗날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이 '저항 언론인'이나 '깨어있는 예술가'라는 무형의 '훈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가진 권력은 이들을 활용해 표현 자유를 억눌렀다. 손에 피 안 묻히고 적을 제거하는 전술인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히틀러나 마오쩌둥 등 전체주의 독재자들의 언론 자유 탄압이다. 예컨대 마오의 열성 지지층인 홍위병은 출판물, 예술품, 문화재를 훼손하고 언론인, 예술인, 학자 등을 사법 절차 없이 처단했다.

무엇보다 소설은 과감하게도 대다수가 비판할 엄두조차 못 내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도마 위에 올리는 용기를 보여준다. 무지하고 맹목적이며 폭력적인 '대중'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북스피어 출판사는 "나쓰오의 신작은 '누가 표현 자유를 가로막으며 예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말만 퍼져가는 사회를 욕망하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설가 장강명은 추천사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요구가 표현의 자유, 더 나아가 창작의 자유를 위협하는가. 폭탄 같은 주제"라며 "세상에 나쁜 소설이 존재하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분들, 그리고 그런 발상이 끔찍하고 올바른 문학이란 있을 수 없다는 분들, 모두에게 각기 다른 이유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아 성애증을 소재로 한 소설을 펴낸 마쓰. 그는 어느 날 '자칭' 문예윤리위원회라는 조직에 의해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차단된 바닷가 한 건물에 감금된다.

위원회에 따르면 그가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이유는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남자들을 등장시키는 소설 속 장면이 불편했던 '독자들'의 고발 때문이다. 윤리위는 그에게 앞으로 누구라도 공감할 아름다운 이야기만 쓰라고 강요한다. 여기에 반항하면 감금 기간만 늘어날 뿐이다.

체제와 권력 비판, 외설, 폭력, 범죄 등을 소재 또는 주제로 글을 써온 작가들은 이 수용소에서 비인간적 대우를 받지만, 위원회가 원하는 글을 쓰면 조금씩 처우가 개선된다.

이곳에 갇힌 작가들은 과연 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교화될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저항할까. 출판사는 "한 부분만 떼어 맥락을 지워내고 비난하는 모습은 당장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 소설은 이 사회를 비추어내는 용서 없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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