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의 진정한 위험..파산이 아니라 파산 못 시키는 것

김정한 기자 입력 2021. 9. 27. 13:30 수정 2021. 9. 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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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원하지 않는 한 헝다 파산할 수 없어
헝다그룹 본보기 삼아도 중국 전체 경제 체제 바뀌지 않을 것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에버그란데(헝다그룹)가 개발한 주택 단지 오아시스의 로고가 15일(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뤄양시에 위치한 주택 건설 현장 밖에 그려져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파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헝다의 진정한 위기는 따로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더 큰 위험은 헝다 파산으로 인한 여파가 아니라 결국 파산시키지 못함으로써 중국 경제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개선을 이룰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헝다는 지난 23일 200억 달러(약 23조원)에 달하는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 8350만 달러(약 982억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헝다는 아직 기술적으로는 채무 불이행 상태에 있지는 않지만, 중국 당국은 지방 정부들에 그 회사의 붕괴에 대비할 것을 요청했다.

헝다 사태가 2008년처럼 중국 내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한 그 여파가 글로벌 경제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헝다의 붕괴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강력한 통제권을 확대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원하지 않는 한 헝다는 파산할 수 없고 중국 경기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도 없다.

또한 헝다가 파산하더라도 그 여파가 나머지 세계로 파급될 가능성도 낮다. 중국 금융시스템이 의도적으로 세계 자본시장과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각급 지방정부들은 예금 금리를 조정하고 대출 대상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방정부들은 고용과 부동산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데 관심이 많다. 시민들의 이익보다는 부동산 판매를 통한 지방정부의 수입 비중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거나 부동산 업체가 파산이 임박했을 때 더 많은 대출을 제공하려는 유혹에 직면한다.

불행하게도 대출 확대로 손실이 상쇄되지는 않는다. 이는 새로운 빚으로 기존의 빚을 가릴 뿐이다. 총체적인 부채는 점점 더 확대되고 심화한다.

파산을 앞둔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 확대는 낡고, 비효율적이며, 정치적 비호로 연명하는 부문에 대한 새로운 기회에 자본이 집중되게 만드는 악순환을 창출한다.

그러면 엄청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난다. 예금 금리가 좋지 않은 중국의 엄격한 은행 시스템 하에서 누군가는 이 모든 부실 대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중국 주식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기에 해외 투자도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중국의 투자자들에게는 부동산 외 마땅한 현금 보관처도 거의 없다.

텅 빈 유령 아파트를 보유한 투기꾼이 많다. 2019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아파트의 20%는 빈집인 것으로 추정된다.

임대 부동산이 반드시 많은 수입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 실버크레스트 자산운용의 경제 고문인 패트릭 초바넥 컬럼비아대 국제공보대학원의 겸임교수는 중국의 주택 매입과 임대를 비교하면 "임대료가 점점 더 내려가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주택을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자본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바넥 교수는 중국의 경우는 미국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에서는 비모기지 대출조차도 부동산을 담보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경기 침체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시 주석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권을 준다. 그는 투기 과잉을 막고자 헝다의 회장을 처벌함으로써 은행 시스템 현대화, 부실 채권 인식, 심각한 경기 침체 극복 등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헝다는 더 광범위한 경제 문제의 단면일 뿐이다. 초바넥 교수는 이것이 후이카옌 헝다 그룹 회장을 본보기로 처벌한다고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은 부실 금융회사를 정리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를 통한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보이면 한발 물러섰다. 이번에도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부채질한 수출 주도의 성장 모델이 언제까지나 작동할 수는 없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글로벌 경제에서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했을 때 세계 수요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2위 규모의 GDP를 지닌 중국은 강력한 내수를 창출하는 균형 잡힌 경제가 필요하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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