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메타버스' 일시적 유행인가, 변화의 시작인가

입력 2021. 9. 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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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 Verse)’ 열풍이 거세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관련기사가 쏟아진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주로 직원 채용이나 연수, 온라인강의나 회의, 상담 등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초월(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사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버스는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담긴 새로운 디지털세상을 의미한다. 메타버스의 시작점인 디지털 트윈(사물·성질·환경 등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비롯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아바타기술까지 거론되는 걸 보면 갑자기 등장한 신기술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언택트 환경과 디지털매체에 익숙하면서도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 메타버스라는 용어 확산에 일조한 건 분명해 보인다. 즉 개별적으로 등장해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으나 획기적인 가능성을 지닌 채 오랜 기간 물 밑에 있던 디지털기술이 갑자기 등장해, 지속된 언택과 환경과 디지털 활용이 익숙한 세대를 만나 주목받는 융·복합기술이 메타버스인 셈이다.

메타버스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포켓몬고’와 같은 모바일게임처럼 현실에 판타지를 입히는 ‘증강현실’,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자신의 삶을 디지털공간에 복제하는 ‘라이프로깅’, 구글어스처럼 세상을 디지털공간에 복제한 ‘거울세계’, 가상현실용 헤드셋기기를 통해 어디에도 없던 세상을 창조한 ‘가상세계’ 등이다.

이처럼 유형이 다양하다 보니 관련 디지털기술 또한 여러 가지가 연결돼 있고, 21세기 메가 트렌드의 하나인 융·복합이 적용되는 건 당연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유형들이 서로 결합돼 더 풍부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증강현실과 라이프로깅을 결합해 아바타와 함께 달리기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고스트 페이서(Ghost Pacer)’ 서비스, 가상현실에서 진행되는 회의의 모든 활동이 라이프로깅으로 연계돼 성과 측정이 가능한 ‘티오(Teooh)’의 가상 콘퍼런스 서비스 등이다.

메타버스는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 제페토를 이용한 비대면 행사 개최, 원격회의나 재택근무 시 아바타를 등장시켜 활용하는 가상업무공간, 가상으로 편의점과 같은 가게를 열거나 부동산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일어나게 하는 가상경제에 쓰인다. 최근 한 보험회사에서 시도해 큰 인기를 모은 버추얼 휴먼 활용 마케팅,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제조사 등에서 생산비용의 감축과 생산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현장 가상화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메타버스를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로, 새로운 사업의 아이템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러한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한다고 해서 현실을 잊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급속도로 바뀌는 세상의 속도만큼이나 수많은 기술과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의미를 이해하거나 뭘 해야 하는지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유행하는 용어이고 남들이 뭔가를 시도하는 것 같아 조급한 마음으로 필요성을 간과한 채 따라가는 건 더 어리석다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또는 동종 업계를 선도해야 하는 성급함으로 인해 설익은 과일 형태로 수확해 버려지는 상황이 가끔 벌어지는 모양새다.

메타버스의 개념이나 활용사례들을 충분히 둘러본 후에 개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육하원칙을 생각하며 한 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 유행으로의 편승이 아닌 변화의 시작으로서의 메타버스기술을 충분히 활용한 서비스가 풍부해져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기호영 LH연구원 수석연구원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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