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재해·감염병 대응 위해 '슈퍼컴 6호기' 구축 시급" [헤경이 만난 인물-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

입력 2021. 9. 27. 12: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구 정확도 높이고 시간·비용 감소
AI·데이터량 급증 대비 필요성 커져
현재 30위권 밖 밀려나 도입 시급
2023년 목표로 '예타면제 협의중'
2030년 엑사급 국산 슈퍼컴 개발 목표
독자개발 위한 기초연구·인프라는 갖춰
안정적 스마트팜 데이터 구축에도 필수
시스템 검증·구축, 산업계에 이양할것
김재수 KISTI 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2023년 슈퍼컴퓨터 6호기 적시 구축과 2030년 국내 독자 기술 개발 슈퍼컴퓨터 성공을 역점 과제로 제시했다. 박해묵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분석부터 인공지능(AI)·데이터 양이 급증하면서 이에 대응할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슈퍼컴퓨터가 데이터 확보·분석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슈퍼컴퓨터는 연구개발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첨단 연구장비다. 슈퍼컴퓨터는 기초연구 강화는 물론 국가적 위기 상황을 예측, 방지할 수 있다. 제조업의 혁신과 의학이나 영화 제작 기술까지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 고도화로 디지털 전환 시대 국가 경쟁력의 가늠자로도 평가되고 있다.

▶6호기 슈퍼컴 ‘예타 면제’ 협의 중=김 원장은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매년 조 단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슈퍼컴퓨터를 새로 개발하고 기술 선점 경쟁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현재 가동중인 슈퍼컴 5호기 누리온 도입도 시간이 지연됐던 만큼 6호기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2023년 슈퍼컴퓨터 6호기를 적시에 구축하고 오는 2030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되는 첫 번째 슈퍼컴퓨터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ISTI는 지난 2018년부터 서비스 중인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을 대체할 6호기 구축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은 4호기 대비 성능이 70배 향상돼 그전까지는 불가능했던 정확한 유전체 분석, 난류 시뮬레이션, 거대 우주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해왔다.

누리온은 25.7페타플롭스(플롭스는 슈퍼컴이 1초에 수행할 수 있는 연산수)로 1초에 2경5700조번 연산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슈퍼컴 6호기는 500페타플롭스급으로 1초에 100경번 연산이 가능하다. 단순히 성능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계산과학과 데이터처리가 융합할 수 있도록 성능은 엑사플롭스급이면서 인공지능까지 포괄할 수 있는 슈퍼컴을 지향한다. 6호기가 도입될 경우 국내 슈퍼컴 순위는 5위권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충분한 예산확보와 함께 도입 시기를 맞출 수 있느냐 여부다. 김 원장은 “5호기의 경우 현재 전 세계 슈퍼컴 성능 순위에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자원 활용률은 90%를 돌파해 연구현장이나 기업에서 적시에 활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6호기 구축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위해 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KISTI는 슈퍼컴 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 기술 개발에도 주력해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 대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국산 슈퍼컴 개발은 가성비를 따질 것이 아니라 기술안보와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부분”이라면서 “아직까지 갈 길은 멀지만 독자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와 인프라는 갖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데이터로 침수피해·교통정체 줄인다=재난재해·신종 전염병 등 국가적 재난에 대한 사전예측과 대응을 위한 국민 생활문제 해결을 위해 슈퍼컴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실제 KISTI는 인천시와 함께 침수예측, 대중교통, 미세먼지 대응 솔루션을 개발했다. 침수예측 솔루션은 침수 발생 3시간 전 침수 위험, 침수 발생 지역, 범위 및 발생 원인을 예측·분석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대중교통 이동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노선체계와 배차계획 등을 산출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또 항만 지역에 드론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해 고도별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등 미세먼지 발생원 포착 기술도 구현했다. 김 원장은 “확보된 데이터는 미세먼저 저감조치를 위해 어느 시간대 어느 곳에 먼저 살수차를 투입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기반 미래 농업 준비할 때=김 원장은 스마트팜으로 대표되는 미래 농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적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안보가 중요해지고 있고 먹거리 안전성 확보부터 안정적인 식량 자체 조달까지 미래 농업 또한 데이터를 기반이 필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현재 사과의 생산지가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고 명태는 동해에서 잡히지 않는다”면서 “이처럼 식량도 기후변화에 따라 자체 생산이 되지 않는 품종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 농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최근 울산과 제주도의 스마트팜 기업들을 방문했다. 기업들의 애로 상황을 파악하고, 스마트팜 데이터가 얼마나 잘 구축돼 있는 지를 살펴봤다. 실제 제주도의 스마트팜 업체는 3년 정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그는 “아직까지 국내 스마트팜은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는데,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철에 따라 어떠한 작물이 많이 팔리고, 어디에서 수요가 발생할 지를 분석해서 바로바로 생산하는 것까지 예측하는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이 같은 시스템이 검증되고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면 이를 산업계에 이양하는 것이 KISTI의 역할”이라면서 “데이터 활용 능력에도 빈부 격차가 있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을 잘 못하는 사람도 교육을 통해 누구나 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