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쿼드 정상회의와 文의 '역행' 외교
신보영 국제부장
오커스 이은 쿼드 정상회의서
美 ‘당근’과 ‘채찍’ 기조 명확
유엔총회 계기 국제외교전 속
‘왕따’ 文 정부의 안이한 인식
추세 거스르는 ‘나홀로’ 외교
대내외적 韓 사회 ‘퇴행’ 우려
지난 24일 열린 쿼드(미국·호주·일본·인도 4자 협의체) 정상회의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국제외교전의 백미였다. 유엔총회 기간 전후로 미국에서는 지난 15일 미국과 영국·호주의 3자 ‘핵잠 동맹’인 오커스(AUKUS) 발족과 지난 22일 코로나19 백신 정상회의에 이어 쿼드 정상회의까지 숨 가쁜 외교 일정이 펼쳐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각국 정상들이 직접 참여한 유엔총회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소(小)다자주의’(micro-lateralism)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번 쿼드 정상회의는 지난 3월 첫 화상 정상회의 이후 5개월 만에 열렸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내용은 더욱 주목할 부분이 많다. 공동성명에는 지난 3월 합의한 △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사이버·첨단기술 △인도적 지원 △해양관리 등에서 더 나아간 내용이 많다. 5G와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력 강화 방안이 담겼고,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우주 분야 협력까지 포함됐다. 지난 3월 연 1회 4개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정례화에 이어 이번에는 사이버 담당 고위 협의체와 과학·기술 분야 인적 교류를 위한 ‘쿼드 펠로십’ 신설도 담겼다. 육지·해양을 넘어 사이버·우주 공간까지 다루는 아·태 지역 주요 협의체로 거듭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포스트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쿼드가 겨냥한 대상이 중국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성명은 “첨단기술은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인권 존중에 근거해 개발돼야 한다” “첨단기술을 권위주의적 감시와 억압 등 악의적 활동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끈질긴(relentless) 외교’는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파트너 국가들의 ‘줄 세우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해지고 있다. 중국과 각을 세우면서 오커스까지 참여한 호주에는 1958년 이후 처음으로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지원이라는 선물을 줬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에 오커스 멤버인 영국 정상과 1차례, 오커스와 쿼드에 모두 동참한 호주 정상과는 2차례, 쿼드 회원인 일본·인도 정상과 양자 회담도 했다. 오커스 출범 과정에서 소외됐던 프랑스를 달래기 위해 다음 달 정상회담 개최 카드를 꺼냈다.
반면 이탈하는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체계적 압박에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에 버금가는 노골적 협박까지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23일 백악관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서 삼성전자 등에 45일 내로 재고와 주문, 판매 등과 관련한 자발적 정보 제출에 응하지 않으면 “모든 옵션과 도구를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 의회도 한국의 ‘쿼드’와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공유 동맹체) 참여 필요성을 내놓으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요청은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한가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외교를 총괄하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별다르지 않은데,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공세적이지 않다면서 “한국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동떨어진 상황 인식과 ‘나 홀로’ 주장이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라인 전반에 퍼져 있는 셈이다. 이게 바로 문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펼친 국제외교전에 제대로 초대받지 못한 채 쓸쓸히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번 외교전은 부실한 부동산 정책과 무리한 탈원전 정책 등으로 이미 국내에서 증명된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독선’이 대외정책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오는 10월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의 ‘말장난’에 놀아나 종전선언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 것인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수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거듭 주장할 것인가. 세계의 추세를 거스르는 ‘역행’이 결국 한국 사회의 ‘퇴행’이라는 최악 결과를 낳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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