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의 옛글산책>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정직하다(君仁則臣直)

기자 2021. 9. 27. 11: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위(魏)나라 문후(文侯)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땅을 공을 세운 동생이 아닌 아들에게 준다.

문후는 화가 덜 풀려 적황(翟璜)에게 다시 묻자 적황도 어진 임금이라고 답한다.

문후가 기뻐했던 것은 임좌가 올곧은 신하여서가 아니라, 임좌의 말로 인해 자신이 어진 임금이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문후는 임좌의 말이 귀에 거슬려 불같이 화를 냈으나, 충직한 말의 참뜻을 잘 새긴다면 다시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魏)나라 문후(文侯)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한 땅을 공을 세운 동생이 아닌 아들에게 준다. 그러고는 어느 날 “나는 어떤 임금이냐?”고 묻는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를 몹시 궁금해한다. 신하들은 “어진 임금이십니다”라고 하는데 유독 임좌(任座)만은 “임금께서 그 땅을 동생이 아닌 아들에게 주셨으니 어찌 어진 임금이라 하겠습니까?”라고 입바른 소리를 한다. 이 말을 들은 문후가 노기를 띠자 임좌는 두려워 재빨리 궁궐에서 달아난다. 문후는 화가 덜 풀려 적황(翟璜)에게 다시 묻자 적황도 어진 임금이라고 답한다. 문후는 “어떻게 내가 어진 임금이라는 것을 아느냐?”고 되묻는다. 근거를 대라는 것이다. 적황은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정직하다(君仁則臣直)는 말이 있습니다. 방금 임좌의 말이 정직했으니 이 때문에 어진 임금임을 알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대답이다. 문후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임좌에게 높은 벼슬을 내렸다. 문후가 기뻐했던 것은 임좌가 올곧은 신하여서가 아니라, 임좌의 말로 인해 자신이 어진 임금이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충언역어이 이어행’(忠言逆於耳 利於行) 즉 ‘충직한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함에는 이롭다’는 뜻이다. 문후는 임좌의 말이 귀에 거슬려 불같이 화를 냈으나, 충직한 말의 참뜻을 잘 새긴다면 다시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쓴소리하는 사람이 있으면 건강한 조직이다. 조직의 장이 되면 처음에는 구성원들에게 기탄없이 말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쓴소리를 고마워하며 계속 듣는 사람은 없다. 점점 듣기 싫어진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마르지 않는 자그마한 샘이 하나라도 있으면 연못은 썩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 누군가는 ‘자그마한 샘’이어야 한다.

중동고 교장, 성균관대 명예교수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